[기고]10만원이면 내 몸에 새겨진 유전자 정보 알 수 있는 세상

[기고]10만원이면 내 몸에 새겨진 유전자 정보 알 수 있는 세상

우리 몸속에는 유해 물질 분해 기능이 있는 유전자가 있다. 유전자는 우리가 섭취한 커피, 녹차 등에 있는 카페인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하루에 커피와 녹차를 세 잔 이상 마셔도 밤에 잠을 이루는데 어렵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한 모금만 마셔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하루 섭취 카페인 양과 몸속에서 분해되는 카페인 양이 비례하지 않아 나타난 결과다. 카페인은 이를 대사하는 CYP1A2라는 유전자의 변이에 영향을 미친다. 간에서 1차 대사를 담당하는 CYP1A2의 변이가 있으면 커피 대사가 느려지고, 커피의 체내 농도가 높아져서 카페인 효과가 커진다. 한 연구에서는 이처럼 CYP1A2에 변이가 있으면 카페인 효과가 커져서 교감 신경을 자극, 혈압이 올라가고 심근경색이 더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평소에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습관처럼 찾는 사람이라면 신체 유해 물질을 분해하는 유전자 기능이 원활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별로 몸속 유전자는 차이가 있다. 체내 비타민C 농도의 차이를 예로 들어 보자. 우리 인체는 스스로 비타민C를 생성하지 못한다. 음식이나 비타민제를 통해 매일 적정한 양의 비타민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비타민을 얼마나 섭취해야 적정한 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비타민 C와 관련된 유전자 SLC23A1의 변이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루에 필요한 적정한 양의 비타민 섭취를 철저히 지켰다거나 속이 시큼할 정도로 과일을 챙겨 먹었다 하더라도 내 몸속에 채워지는 비타민C의 양은 적절할 수도, 부족할 수도 있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면 조금 더 나에게 맞는 건강관리 가이드라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전자 검사 기관 '23andme'의 가정용 유전자 테스트를 최초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유전 질환의 비의료기관·소비자간직접검사(DTC)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국내 역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소비자가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유전자 검사를 직접 유전자 분석 기관에 의뢰하는 DTC 서비스가 허용됐다.

비만·혈압·콜레스테롤 등과 관련된 대사 유전자 검사, 피부 및 모발과 관련된 뷰티 유전자 검사도 직접 의뢰한다. 세부 검사 항목으로는 체질량 지수, 중성 지방 농도, 콜레스테롤, 카페인 대사, 혈압, 혈당, 피부 노화, 피부 탄력, 색소 침착, 비타민C 농도, 탈모, 모발 굵기 등 12가지가 있다. 최소 1~2개의 개별 항목부터 12개 전체 항목까지 다양한 검사가 있다. 검사 방법도 간단하다. 상품 구입을 신청하면 유전자 검사 키트가 집으로 배달된다. 검사 키트와 함께 동봉된 면봉으로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한 후 고유 바코드를 키트에 붙여서 검사 기관에 발송하면 완료된다. 검사 결과는 일주일 후에 받을 수 있다.

녹십자지놈에서도 '진닥터'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진닥터는 녹십자지놈 유전체 분석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사건강검사, 뷰티검사, 종합검사 등 총 4종류로 구성됐다.

자신의 현재 상태와 유전 요인을 종합 분석한 후 개인맞춤 운동, 식이, 도움이 되는 성분까지 제시한다. 영양학 전문가가 자체 개발한 건강관리 알고리즘으로,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동아시아인 기준으로 유의성 높은 유전자만을 선별한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디자인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DTC 검사는 자신의 유전 요인은 물론 현재 상태를 종합 분석한다. 이 같은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나만의 맞춤 건강관리에 도움을 준다. 체계화 및 효과 높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유전자 검사는 비싸거나 특별한 검사가 아니다. 매달 지출하는 스마트폰 요금만 아껴도 DNA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의학기술 발전으로 몸의 보이지 않는 부분, 유전자 형태까지 샅샅이 살피는 시대다. 건강관리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녹십자지놈 DTC팀 이빛나 프로덕트 매니저 bnlee@greencro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