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개헌 '데드라인' 발언에 여야 반응 ‘극과 극’

'개헌'에 손을 놓던 국회가 움직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월 데드라인'을 언급하며 국회를 압박한 지 하루 만이다.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11일 당내 개헌관련 대책회의를 가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을 향해 공세를 높였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반발이 거세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는 여전히 미지수다.

文 대통령 개헌 '데드라인' 발언에 여야 반응 ‘극과 극’

한국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당내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앞서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 발언 당일 오후에 특위 위원장과 위원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문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두고 성토가 이어졌다. 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는 것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했다. 국회 개헌특위가 본격 가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헌 일정을 제시한 문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문재인 개헌'으로 가겠다는 술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을 향해 “개헌은 전적으로 국민 몫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문 대통령의 2월말 데드라인을 지칭해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그는 “원전 중단으로 4000억원을 들어먹었으면서 1200억 원을 아끼려고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한다. 참으로 가증스럽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문 대통령의 개헌안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심하게 위협하는 나쁜 개헌안”이라고 규정했다.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을 어떻게 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여야 합의 불발시 권력구조를 제외한 기본권과 지방분권 중심 개헌을 우선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나 의원은 “(대통령이) 정부안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개헌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생각이 들었다”며 “제왕적 대통령을 종식하지 않는 개헌안은 의회 민주주의의 부정”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개헌이라고 폄하했다.

안상수 의원도 “순전히 지방자치단체 선거용으로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문 대통령의 발언을 성토했다. 새로운 미래 100년을 위한 중요한 헌법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 곁다리로 끼어넣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 대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올해 안에는 개헌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한을 정해놓고 시간에 쫓겨 개헌안을 졸속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개헌 시기와 내용, 방법은 전적으로 국민 논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움직였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원내대표단 회의를 열었다. 국회 개헌·정치개혁특위 소속인 주승용·김관영·이태규 의원과 사법개혁특위의 조배숙·송기석 의원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의 '2월말 데드라인' 발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자리였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주도 개헌이라는 원칙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개헌은 국회가 주도해야 여야의 이견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여야 이견이 해소 안 된 대통령 주도의 개헌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권력구조 제외 개헌 추진 발언 관련해서도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식이 없는 개헌은 하나 마나 한 개헌”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속도를 냈다. '대통령 개헌 발의'를 고리로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한국당에 압박 수위를 높였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가 개헌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개헌발의권이 마지막 수단이 되지 않도록 국민이 부여한 국회의 의무를 다하도록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여야가 결론 내자”고 했다.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 국회가 개헌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현실화된다는 설명이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