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상처만 남긴 삼성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

결국 무죄로 끝났다. 2010년 반도체 업계를 떠들썩하게 한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은 그렇게 처음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결론으로 종결됐다. 2010년 2월 서울동부지검은 깜짝 놀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 기술이 6년 동안 장비 협력 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를 거쳐 경쟁사인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에 무더기 유출됐다는 것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불법 유출된 자료는 95건이었다. 그 가운데 40건은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돼 직접 피해액만 수천억원, 간접 피해까지 포함하면 수조원에 달했다. 기소된 인원만 무려 18명이었다.

[프리즘]상처만 남긴 삼성 반도체 기술유출 사건

그러나 법정에서 드러난 진실은 달랐다. 1심에서 일부 피고인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2심에서는 이마저도 뒤집혔다. 항소심에서는 18명 전원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요 기술이라는 정보는 이미 공지된 내용이거나 삼성전자 기술로 확인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심지어 삼성전자 연구원 등이 발표한 논문이나 강의 자료로 업계에 널리 알려진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삼성전자는 해당 내용을 영업비밀로 관리하지 않았다. 2010년에 시작된 사건은 2013년 2심을 거쳐 2014년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18명 전원의 무죄를 확정짓는 판결을 내렸다.
18명이 억울함을 푸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7년이다. 그동안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산업스파이' '매국노' 소리를 들어야 했다. 오랜 싸움 끝에 누명은 벗었지만 이들의 아픔은 누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기술 유출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원 없는 국가의 기술 유출은 반역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기술 유출 문제에는 좀 더 냉정한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2000~2009년 10년 동안의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한 1심 무죄 선고 비율은 11.95%였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사건의 1심 무죄 선고 비율(0.19%)의 63배에 이른다. 그만큼 억울하게 기소 당해서 법정에 서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기술이 중요하면 그 기술을 다루는 과학기술자도 그만큼 소중한 존재다. 수사기관은 전문성을 갖추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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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