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거래소 폐쇄 추진에 '가상화폐 폭락'...투자자 반발에 청와대 진화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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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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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추진 계획을 밝히자 각종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는 등 일대 혼란이 일었다. 가상화폐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국내 한 거래소에서 한때 30%가량 하락한 채 거래되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정부의 갑작스런 강경 조치에 반발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반대글로 도배됐다. 청와대는 뒤늦게 확정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문제와 관련해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박 장관은 “가상화폐거래소 폐지를 위한 정부 입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가상화폐 용어도 정확하지 않다고 보고 '가상증표' 정도로 부르는 게 정확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추가 특별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때 비이성의 투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면서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8일 가상화폐 관련 긴급 브리핑을 통해 가상화폐 범죄를 집중 단속하고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부는 경고에 이어 실제 조사에도 착수했다.

국세청은 지난 10일 코인원과 빗썸 본사에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코인원은 특히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도 받고 있다.

코인원은 회원에게 최장 1주일 뒤 시세를 예상해 거래할 수 있는 '마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미리 특정 가격에 거래하고 예측이 맞으면 수익을 얻는 구조다. 경찰은 이를 금융 당국의 허가가 없으며, 도박과 유사하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정부의 가상화폐 관련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면서 가상화폐 가격은 폭락했다. 특히 이날 오전 법무부 발표 후 한때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은 45%가량 하락했다. 에이다, 스텔라루멘 등 대부분 가상화폐 모두 30~40%가량 폭락했다.

일부 가상화폐거래소에서는 전산망 과부하로 인한 타행 입금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업비트는 공지를 통해 “금융결제원 전산망 과부하로 업비트 가상계좌로의 타행 입금이 일시 중단될 예정”이라고 알렸다.

정부의 강경한 가상화폐 거래 규제로 화가 난 투자자들은 현장 점검에 나선 금융감독원 원장, 법무부 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용자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하라는 글을 지속해 올리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법무부장관 발언에 대해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암호화폐 거래소 폐지와 관련해 법무장관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라면서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각 부처 논의와 조율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