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슈퍼 블루 블러드문이 뜬다

올해 1월은 밤하늘 보기 좋은 달이다. 새해 첫날부터 '슈퍼문'이 떴다. 이날 뜬 보름달은 평소 보름달보다 14% 크고, 30% 밝았다. 소원 빌기 제격인 새해 첫 밤을 선물했다. 31일에도 진귀한 우주쇼가 열린다. 개기월식이다. 이번 월식은 한국에서도 전 과정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150여 년 만에 돌아오는 '블루문 월식'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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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식은 태양, 지구, 달이 순서대로 일직선에 놓일 때 생기는 천문 현상이다. 달은 지구를 주위를 도는 유일한 위성인데,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빛을 반사해 밤하늘을 밝힌다. 그런데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으로 놓이면 지구가 태양을 가린다.

달은 태양이 보내주는 빛을 받을 수 없어 급격히 어두워진다. 지구에서 보면 달이 보이지 않거나 흐릿해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구의 본그림자가 달을 완전히 가리면 달은 붉게 변한다. 지구 대기에 의해 산란된 빛이 달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개기월식 때의 달은 핏빛을 띤다고 해 '블러드문'이라고도 부른다.

31일 월식은 우리나라에서도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오후 8시 48분부터 달 일부가 지구 그림자에 의해 가려지는 부분 월식이 시작된다. 오후 9시 51분부터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오는 개기 월식이 시작된다. 오후 10시 29분, 달은 지구 그림자 한복판에 놓인다. 블러드문을 볼 수 있는 이날 밤의 절정이다. 달은 점차 지구 그림자를 벗어나기 시작해 다음 날 오전 1시 10분 월식이 종료된다. 이 과정에서도 부분월식을 볼 수 있다.

월식은 일식에 비해 관측 기회가 많은 편이다. 일식은 태양, 달, 지구 순으로 일직선 배치가 이뤄져야 일어난다.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은 길어야 수 분 지속된다.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제대로 관측할 수 있다. 일식을 보려고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는 이유다. 반면에 월식은 지구에서 밤인 지역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달이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 월식도 최대 100분 가량 지속된다.

그럼에도 이달 월식은 특별하다. 반영식, 부분월식, 개기월식 등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올해 7월에도 개기월식이 예정됐지만 이때는 새벽부터 시작해 해가 뜬 뒤 끝난다. 월식의 전반부만 관측할 수 있다. 월식 전 과정을 다시 보려면 2025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이번 월식 주인공은 '슈퍼문'이다. 31일 뜨는 달은 평소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에서 보는 달 크기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에 따라 결정된다. 이날은 평균거리인 33만4400㎞보다 가깝게 달이 다가온다. 평소보다 큰 달 덕분에 월식을 좀 더 생동감 있게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1일 뜨는 달이 '블루문'이라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보름달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뜬다. 드물게 두 번씩 뜨는 달이 생긴다. 달의 공전주기가 29.5일로, 양력의 한 달보다 조금 짧기 때문이다. 월 초에 보름달이 뜨면 월 말에 한 번 더 보름달이 뜰 수 있다. 이번이 그런 경우다. 같은 월 두 번째 달인 '블루문'은 2.7년에 한 번 나타나는 드문 현상이다.

블루문, 슈퍼문, 블러드문이 같은 날 뜬다. 드문 현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면서 이번 개기월식이 특별해졌다. 블루문 개기월식만 해도 152년 만에 있는 날이다. 여기에 슈퍼문까지 겹치면서 귀한 구경거리를 만들었다.

옛 사람들은 월식 때 붉게 물든 달을 불길하게 여겼다. 신이 계시하는 흉조로 받아들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정령·주술의 여신으로 나오는 헤카테는 붉은 달이 뜨는 날 저주의 마법을 펼치는 것으로 묘사된다.

월식 때 달이 붉게 물드는 데는 과학적 원리가 있다. 지구 그림자 속 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붉게 빛나는 건 빛의 산란 때문이다. 태양광 중 푸른색 빛은 대기 중에서 산란돼 달에 도달하지 못한다. 반면에 붉은색 빛은 대기를 비교적 잘 통과해 달까지 간다. 붉은색 빛만 선택적으로 달에 도달하는 셈이다.

월식은 천문학계에도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월식 때는 지구가 태양을 가려, 달을 향한 태양 복사가 차단된다. 달 표면 물질을 연구할 수 있다. 태양 빛을 받을 때와 차단됐을 때 달의 상태를 비교 분석하면 달 토양의 구성과 열전도율 등을 알 수 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