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CES 2018 단상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CES 개막 전날 쏟아지기 시작한 비는 개막일에도 계속됐다. 1959년 완공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천정에서 비가 새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구글 야외 부스에서 직원들이 양동이로 물을 퍼내는 광경을 접하곤 전시기획을 맡은 대행사가 곤혹스럽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정전이 됐다. 흘러들어온 비가 변압기에 문제를 일으켰다. 전시는 2시간가량 중단됐다. “첨단 기술도 전기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기자수첩]CES 2018 단상

모 기업은 CES 기자회견에서 준비한 인공지능(AI) 플랫폼 시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진땀을 뺐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것은 느린 인터넷 속도 때문이었다.

주요 전시관을 둘러본 한 인사는 전기, 인터넷이 견인한 2차, 3차 산업혁명에 견줘 4차 산업혁명 견인차는 실체가 없다고 혹평했다. 혁명보단 원래 있던 기술의 진보에 그쳤다는 의미였다. 한편으론 전기가 처음 발견되고 우리 실생활에 접목되기까지 약 300년이 걸렸다면서 과거와 비교해 산업혁명의 세대교체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세대교체를 위한 진전이 과대포장되는 건 문제다. 텔레비전 화질향상 기술에 'AI'를 갖다 붙이는 건 일종의 기만이다. 이런 걸 미디어가 그대로 쓰고, 공무원이 CES에 왔다가 보고서를 작성할 때 그대로 베끼면 정책은 산으로 간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들은 여전히 중국이 우리 기술을 훔쳐간다고 호소했다. 과거 일본 대기업이 그런 불평만 늘어놓다 지금은 저 뒤에서 우리를 쫓고 있다. 오히려 드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AI 플랫폼,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분야에선 중국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철강, 항공, 물류, 소비재 유통 등 언뜻 CES와 크게 상관없을 것 같은 산업계 인물들이 전시관을 찾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 대명사 우버도 집중 시간대에선 그 수요를 감당 못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인다.

CES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면 정전 위험이 있는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는 지나치고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샌즈엑스포 관찰을 권한다. 아직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신기술, 신제품이 널려있다. 물론 그 중에서 옥석은 제대로 가려야 한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