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에 휘청이는 '대한민국'

일관성 없는 대책에 논란 커져..사회계층 간 극단적 분노 표출

정부의 가상화폐 강력 규제 대책에도 시장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사회 계층 간 이전투구식 여론 분열까지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까지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지만 힘이 부치는 형국이다. 청년 실업 장기화의 여파로 20대 젊은 세대까지 가상화폐 단타 투기에 뛰어들었다가 '개미지옥' 수렁에 빠졌다. 투기를 막자는 정부 대책에 풍선효과가 발생하며 정부를 향한 '비이성 분노'가 사회 계층 간 극단주의로 표출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15일 정부는 가상화폐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날 정기준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은 가상화폐와 관련해 “2017년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밝힌 가상통화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면서 “시세 조작, 자금 세탁, 탈세 등 거래 관련 불법 행위는 검찰·경찰과 금융 당국의 합동조사 등 엄정 대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은 “과도한 가상통화(가상화폐) 투기와 불법 행위에는 강력히 대응하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경우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원하고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가상통화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면서 “불법 행위, 투기성 수요, 국내외 규제 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통화 채굴·투자·매매 등 일련의 행위는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거래소 폐쇄와 관련해서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언급한 거래소 폐쇄 방안은 지난해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 억제 대책 가운데 하나”라면서 “앞으로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며 유보 판단을 내렸다.

정부의 일관성 떨어지는 연이은 대책 발표에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 등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가상화폐 규제 청와대 반대 청원도 18만건이 넘었다.

전문가들은 정부 부처 대책의 대부분이 시장 내용을 반영하지 못한 설익은 규제 일색이라고 폄했다. 단기 투기가 급증하자 막고 보자는 '사후약방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일부 금융기관은 실명계좌제 도입 등 상당수의 핵심 정책이 정부 합동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해 9월에 운영되던 금융감독원-은행 협의체에서 나온 내용이라고 평가를 절하했다. 협의체에서 논의된 내용을 충분한 검토 없이 정부 부처 간 결과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후 법무부, 청와대, 총리실로 이어진 잇단 발언이 혼란을 키운 것으로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태스크포스(TF) 참석 관계자는 “법무부는 가상화폐와 관련해 시장 논리를 제외한 법 규정 자체만을 다루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규제 대책이 나온 이후 실제 TF 회의에는 주관 부처인 법무부가 참석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전문성이 없다 보니 최근 일부 부처는 가상화폐 전문가를 섭외, 특별교육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상화폐공개(ICO) 전문가는 “모 부처에서 가상화폐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 등을 알려 달라며 연락을 해 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융권은 가상화폐 TF에 통일된 정부 입장을 명확히 해 달라고 최근 요청했다.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등 갑작스런 발언으로 또다시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투기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정부가 가상화폐를 '공식화폐'로 인정할지 '상품'으로 인정할지부터 정해야 한다”면서 “명확한 가상화폐 정의를 내린 뒤 제도를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