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헬스케어' 앞세운 중소·중견 가전…맞춤 전략으로 신시장 공략

[이슈분석]'헬스케어' 앞세운 중소·중견 가전…맞춤 전략으로 신시장 공략

중견·중소 가전업체가 '헬스케어'를 키워드로 신흥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동안 주요 진출 지역이던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새로운 지역으로의 진출을 확대한다.

최근 경제가 급성장한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는 공기 질과 수질 관심이 높아 환경 가전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러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도 중국을 대체할 신시장으로 거론된다. 러시아는 2015년부터 현지 대형 유통 마트가 '기후 상품' 카테고리를 별도 개설할 정도로 공기 청정에 관심이 높다. 경제 제재 조치가 일부 해제된 이란이 한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면서 중동 및 아프리카도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코웨이 말레이시아 현지 코디
코웨이 말레이시아 현지 코디

◇경제 성장 동남아, '수질' 관심 고조

동남아 지역은 국민 소득이 향상됐지만 물 오염이 여전히 심각, 정수기가 대표 상품으로 떠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1300달러(약 138만원)에 불과하던 베트남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에 2800달러(298만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과 70%에 불과한 상수도 보급률(2010년 기준)로 수질이 낮다.

국내 정수기 업계가 베트남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쿠쿠홈시스(쿠쿠전자)는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로도 유통망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청호나이스는 올해 안에 베트남 법인 설립을 마칠 계획이다. SK매직은 베트남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코웨이는 베트남에 정수기를 수출한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18일 “정수기 시장은 적당한 소득 수준과 수질 문제가 맞물려야 확대된다.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지역이 그 조건에 부합한다”면서 “베트남 법인을 교두보로 삼아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도 국내 정수기 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시장 가운데 하나다. 말레이시아 진출 10년이 지난 코웨이는 렌털 계정 수를 올해까지 100만, 2020년에 150만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 최초로 렌털 시스템과 제품을 주기 관리하는 '코디 서비스'를 도입, 현지 정수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태국 법인에도 직영 서비스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쿠쿠홈시스는 지난해 렌털 계정 수 25만을 기록했다. 진출 2년 만에 손익분기점(BEP)을 넘겼다. 앞으로 인도와 인도네시아로 진출국을 넓힐 계획이다.

코웨이 할랄 인증 정수기
코웨이 할랄 인증 정수기

◇러시아·중동·아프리카 '틈새 공략'

중견·중소 가전업체는 주요 해외 시장 진출 지역이던 중국과 동남아 외에도 러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춘 전략 제품으로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이다.

러시아 시장 공략 키워드는 '공기'다. 러시아 스모그는 두통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하며, 난방 사용으로 실내 공기도 건조하다. 대유위니아는 가습과 공기 청정을 동시에 하는 '에어워셔'로 러시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6년 러시아와 체코에 100만달러(11억원) 규모의 '위니아 에어워셔'를 수출했다. 위닉스도 에어워셔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현지 종교와 문화를 감안한 제품으로 도전한다. 동부대우전자는 이슬람 옷감 세탁에 특화된 '히잡 세탁기'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10개 국가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 이집트·튀니지 등 북아프리카까지 진출국을 확대했다.

코웨이는 최근 이란 최대 가전 제조 및 유통 전문업체 엔텍합과 상호 제품 독점 판매 계약을 맺고 코웨이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등을 판매하고 있다. 엔텍합 그룹 내 코웨이 제품 전담 방문 판매와 서비스 조직도 구축할 계획이다.

캐리어에어컨은 올해 오텍이 특장차 수출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에어컨과 냉방기기를 중동에 수출할 계획이다.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도전

해외 진출 핵심은 현지 맞춤형 전략이다. 현지 수요를 잡으려면 지역 문화와 소비자 고려는 필수다. 중견·중소 가전업체가 맞춤형 가전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동부대우전자는 말레이시아 시장에 맞춘 특화 가전 라인업을 확대했다. 말레이시아 전통 의상 바틱을 자동 세탁하는 '바틱케어세탁기'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말 출시 1여년 만에 누적 판매 대수 1만대를 돌파했다. 바틱 전용 코스를 통해 옷감 손상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동남아 대표 음식인 아얌고렝, 사테아얌, 나시우둑 등을 기름 없이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아얌고렝 복합오븐'도 인기다.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전통 문양을 도어에 채용한 '바틱 디자인 아얌고렝 오븐'도 출시했다.

코웨이는 정수기업계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아 정수기 및 중소가전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할랄 인증은 이슬람 국가에서 종교 이념에 따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에 부여한다. 코웨이는 물도 식품이라는 전략으로 할랄 인증을 받고 말레이시아 내 무슬림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코웨이 대표 케어 서비스인 '코디' 시스템도 현지 소비자에게 맞도록 전환, 맞춤형 렌털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흥행에 한몫했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중동 등 이슬람 문화권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할랄 인증 품목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체계를 갖춘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며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SK매직은 중동과 동남아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TF를 가동하고 있다.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마케팅도 강화한다.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 소형가전 판매에 집중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은 저마다 문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국내 사업 전략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면서 “중견·중소 가전업체가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제품, 서비스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 조사와 신속한 시장 변화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