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과시 나선 BOE

중국 패널 제조사 BOE가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첨단 시제품에 잇달아 패널을 공급하는 색다른 시도를 했다. 정식 대량 생산이 확정되지 않아 실제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활발해 눈길을 끈다.

BOE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에 등장한 각종 첨단 제품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별도 전시부스를 꾸리지 않았지만 BOE 패널을 탑재한 제품이 전시장 곳곳에 등장했다.

중국 전기차 '바이톤' 콘셉트카 내부에 설치된 BOE의 디스플레이 (사진=바이톤)
중국 전기차 '바이톤' 콘셉트카 내부에 설치된 BOE의 디스플레이 (사진=바이톤)

BOE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퓨처 모빌리티가 선보인 콘셉트카 바이톤(BYTON)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했다. 운전자석 계기판과 중앙정보처리장치(CID)를 하나로 연결해 대시보드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구현했다.

1250×250㎜ 크기의 49인치 액정표시장치(LCD)를 제작했다. 핸들 중앙에는 별도 8인치 태블릿을 설치했다. 음성, 터치인식과 제스처 인식 기능을 갖췄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는 일반 가정용이나 산업용 디스플레이보다 더 높은 내구성 조건을 갖춰야 한다. 극한의 고온과 저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전 중 자칫 디스플레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시장은 LG디스플레이를 선두로 대만 이노룩스, AUO 등이 제품을 공급한다. 워낙 높은 신뢰성을 요구해 후발주자인 중국 패널사가 쉽게 진입하지 못했다. 퓨처 모빌리티가 바이톤 양산을 시작하면 BOE도 자동차 패널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생긴다.

최근 10.5세대 생산라인을 가동한 만큼 초고해상도 8K LCD TV 시장을 목표로 관련 제품도 선보였다. 화웨이 자회사인 팹리스 반도체 기업 하이실리콘과 함께 개발한 8K 해상도용 칩과 시스템을 비롯해 8K 디코딩 기술과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무안경 3D 기술 기업인 미국 스트림TV네트웍스와 손잡고 8K 해상도의 65인치 무안경 3D 디스플레이도 발표했다. 연내 생산을 목표로 여러 TV 제조사와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스트림TV는 2D나 3D 영상을 별도 안경없이 3D 영상으로 변환시키는 '울트라 D' 기술을 보유한 전문 기술기업이다.

스트림TV의 8K 해상도 65인치 무안경 3D (사진=전자신문)
스트림TV의 8K 해상도 65인치 무안경 3D (사진=전자신문)

한 관계자는 “실제 양산 여부는 더 두고봐야 하므로 당장 긴장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며 “다만 한국과의 높은 기술 격차와 낮은 브랜드 신뢰도를 극복하려는 중국의 적극적인 행보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