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공약 '을지로위원회' 설치, 안하나 못하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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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처 차원에서 갑을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하는 '을지로위원회' 설립이 지연되고 있다.

관계 부처는 일찌감치 설립 근거를 담은 법안 초안을 만들었지만 청와대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탓이다. 정부 소속 위원회 숫자 조정 문제 때문에 진행이 더디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와 여당 간 의견이 다른 게 또 다른 이유라는 주장도 나온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대통령 직속 을지로위원회 설립 근거를 담은 '을지로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초안을 마련했다.

이후 행정안전부와 세부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보류' 의사를 전달받으며 관련 작업을 무기한 중지한 상태다.

을지로위원회는 갑을문제 개선·해소를 위한 범부처 컨트롤타워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집에서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벤처기업부 등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정한 100대 과제에도 포함됐다.

청와대는 당초 작년 9월까지 관련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국무조정실과 법제처가 작성한 '국정과제 관리계획'에도 작년 9월까지 관련 규정 정비를 완료하겠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작업은 답보 상태다.

표면적으로는 위원회 숫자 조정 문제가 원인이다. 청와대는 정부 소속 위원회가 지나치게 많아질 것을 우려, 전체 숫자를 조정하느라 신규 위원회 설립을 일단 보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 차원에서 정부 소속 위원회 숫자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을지로위원회를 새로 추가하려면 다른 위원회를 하나 없애야 하기 때문에 작업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당과 청와대간 입장 차이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인 2013년 갑을문제 해결을 목표로 당내에 을지로위원회를 설치, 6년째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을지로위원회가 새로 생기면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는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여당간 입장 조율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와 달리 '갑을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한 풀 꺾인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풀이된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등 이질적인 조직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낼 수 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 외에도 정부 부처, 이해관계자가 각각 을지로위원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다르다”며 “정부의 당초 계획대로 을지로위원회가 설치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