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카카오 금융지주의 힘, '테크핀' 시대 열린다

[이슈분석]카카오 금융지주의 힘, '테크핀' 시대 열린다

카카오가 기존의 금융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두나무에 이르기까지 은행·카드·증권 시장에서 카카오발 '테크핀' 바람이 일고 있다.

카카오가 규제 일변도의 한국에서 정보기술(IT)로 무장한 '테크핀' 시대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

전통 금융사 위주의 핀테크 사업이 아니라 IT가 금융 플랫폼을 변화를 이끄는 셈이다.

기존 금융권은 시작하는 사업마다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카카오를 주시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가입자 500만명, 모든 연령이 '까똑'

카카오뱅크는 출범 165일 만에 가입자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100% 비대면으로 모바일 대출을 받고, 수수료 5000원이면 해외 송금이 가능한 파격 서비스를 선보인 영향이 크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이 아닌 사람 중심이 되어 일상 속에서 더 편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카카오뱅크 심벌은 뱅크(Bank)의 'B'에 '나'를 뜻하는 'I'를 넣어 '나만의 은행'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사람과 은행의 만남이 더 쉽게 더 자주 일어나고, 사용자 중심의 혁신 기술을 통해 일상 속의 어떤 순간에도 유용한 '내가 중심이 되는 은행'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미다.

심벌의 의미처럼 변화의 핵심은 고객에게 있다. 카카오뱅크 돌풍을 이해하려면 먼저 고객을 분석해야 한다.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고객 연령은 20대 28.9%, 30대 34.9%, 40대 24%, 50대 이상 11.9% 등이다. 대체로 모든 연령층이 골고루 이용하고 있다. '일상에서 더 쉽게, 더 자주 이용하는 나만의 은행'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녹여 내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21일 “기존 금융 서비스의 불편한 점을 없애고, 생활에서 쓰임이 많은 은행이 되겠다는 목표가 통했다”면서 “특히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와 기능이 호평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공인인증서 없이 쉽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 복잡한 우대 조건 없이 경쟁력 있는 금리와 혜택, 24시간 가능한 모바일 접근성에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체크카드의 매력, 해외 송금 비용 경쟁력 등이 500만 고객을 확보한 비결이다.

◇카카오페이, 최종 경쟁자는 '지갑'

카카오페이는 전통의 금융사를 경쟁자로 보지 않는다. 혁신 서비스는 바로 지갑을 경쟁 포인트로 잡았다.

카카오톡을 통해 트래픽이 많은 사업을 창출했고, 이를 금융 시장에 융합시키면 파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활 금융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갑 안에 금융 생활을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 있는 만큼 지갑 안의 모든 것을 모바일로 옮기겠다는 야망을 품은 것이다.

카카오페이의 모든 방향성은 간편 모바일 결제, 송금, 인증, 청구서, 멤버십 등의 서비스를 통해 지갑 속의 카드·현금·신분증 등을 대체하는 '월렛리스' 비전 실현이다.

협업 체계도 강화했다. 지난해 1월 카카오페이 결제 시스템을 API 형태로 개발, 모바일 결제 시스템 도입을 원하는 사업자 대상으로 오픈했다. 더 많은 스타트업 및 소상공인이 더욱 쉽게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 편의 제고는 물론 매출 증대 효과를 노린 조치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 도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중장기 계획으로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 플랫폼을 융합, 해외 시장 진출도 가속화한다.

중국 관광객이 찾는 국내 다수의 알리페이 가맹점을 카카오페이 가맹점으로 통합, 한 가맹점에서 알리페이와 카카오페이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한다.

카카오택시 결제 시장을 가져옴으로써 카카오페이 결제 빈도와 금액은 급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앞으로 온·오프라인연계(O2O) 기반의 알리페이 플랫폼과도 연동을 추진한다. 카카오 플랫폼에서 운영하는 모든 서비스에 카카오페이 결제를 적용한다.

지난 10일에는 선·직불 결제 카드인 '카카오페이 카드'를 정식 출시했다.

출시 9일 만에 10만장 발급을 달성하는 등 카카오 금융 테크핀 생태계 환경에 나서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기반의 전자고지 결제 사업도 눈에 띈다. 고객은 카카오톡을 통해 간편하게 고지서를 관리하고, 카카오페이로 즉각 납부도 가능하다. 청구서 서비스는 번거로운 종이 고지서를 모바일로 전환한 후 곧장 결제로 연결시켜 준다는 점에서 청구 기관은 뛰어난 비용 절감 효과, 고객은 손쉬운 납부 및 내역 관리가 각각 가능한 윈윈 서비스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카카오페이 인증을 출시, 인증 시장에도 IT를 접목했다.

◇카카오 금융 경쟁력은 '無'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시장에서 고객 유입에 성공한 비결은 '세상에 없던, 금융 시장에 없던(無) 것'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말은 쉽지만 전통의 금융사가 움켜쥐고 있는 텃밭에서 차별화한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IT를 비용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녹여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기존 시스템을 돕는 수준이 아니라 무기로 적극 활용했다.

카카오뱅크는 더 쉽고 편리한 은행을 모토로 삼았다. 이면에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ㅅ회관계망서비스(SNS) 엔진을 달았다. 여기에 '온리 모바일 뱅크'라는 또 하나의 사용자환경(UI)을 구현했다.

모바일에 익숙한 계층 대상으로 모든 프로세스를 없애고 SNS 기반 모바일로만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게 했다. 해외의 '챌린저 뱅크' 비즈니스 모델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추구하는 사업 방향은 해외에서 성공을 거둔 IT 금융사의 핵심 인프라와 유사하다. 인터넷전문은행 아톰뱅크, 스타링뱅크, 몬조, 탄뎀뱅크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했다.

바로 모바일 전업 금융이다. IT를 구사해서 기존 은행에 도전하고, 전통 은행의 인프라를 빌리지 않은 채 자체 은행 면허를 취득했다. 카카오 금융 계열사는 모바일에 집중했다.

전통 은행 지점이 수천개가 폐쇄됐고, 기본 뱅킹 서비스 이용도 43% 급감했다. 반면에 모바일과 온라인 이용자는 400% 증가했다. 이에 걸맞은 전용 모바일 인프라를 갖춘 게 성공 요인이다.

◇아톰 뱅크와 닮은 서비스…이제 시작

영국 북동부에 위치한 아톰뱅크. 모바일 전업 은행의 효시다. 이들이 내놓은 파격의 금융 서비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와 맞닿는다.

고객 서비스에 기계학습을 활용하고, 기호에 맞게 자신의 금융 콘텐츠를 모바일 안에서 설정할 수 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체크하는 습관을 소셜미디어와 연계하고,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생활과 관련 있는 금융 서비스를 해결한다.

이제 카카오의 금융 혁신은 한국 금융 생태계 전반을 바꿀 촉매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이 메기 효과를 촉발하고, 카카오뱅크가 자리 잡으려면 역시 '은산 분리' 해결이 첫걸음이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일성으로 말한 혁신을 완성하려면 산업 자본 지분율 확대가 필요하다. 산업 자본 10% 제한에 걸려 케이뱅크는 일부 대출 상품의 신규 집행을 중단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촉발된 금융 산업 혁신을 위해 비금융 기업의 주도권 확보가 필요하다. 산업 자본을 결합할 수 있는 법률 규제 완화와 이업종 간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카카오뱅크가 전통 금융을 뛰어넘을 수 있는 혁신을 이어 갈 수 있다. 그래야 대한민국 금융도 변모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