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벌써 디스플레이 부품·소재도 뺏기나

너무 빠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규모가 뒷받침하는 패널이 아니라 패널 후방 분야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그것도 한국을 '패싱'하고 일본에서 중국으로 뛰어넘는 사례여서 더욱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강국이다. 그러나 반쪽짜리 강국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전방산업인 반도체 소자와 디스플레이 패널에서는 강국이지만 이를 생산할 장비와 소재를 일본이나 미국에서 수입해 왔기 때문이다.

일본은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 패권을 넘겨주고도 여전히 디스플레이 장비와 소재로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포토마스크는 사실상 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 장비 등 핵심 장비도 일본 기업이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을 추월하면서 후방산업이 강한 일본을 벤치마킹하자는 제안도 많았다. 패널 산업이 일본→한국→중국으로 넘어갔듯 후방산업을 키워서 중국으로 수출하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초대형 LCD 포토마스크를 개발하면서 이런 전략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전방산업뿐만 아니라 후방산업까지 송두리째 중국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다.

중국이 초대형 11세대(10.5세대) LCD와 6세대 OLED용 포토마스크를 자체 개발키로 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겐 충격이다. BOE, 차이나스타(CSOT), CEC판다 등 자국 패널사가 일본과 미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포토마스크를 중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우리는 그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는 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대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관점에서 디스플레이 분야 연구개발(R&D) 관심도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자연스럽게 중소기업군으로 이뤄진 후방산업은 고전을 거듭했다. 반면에 경쟁국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우리를 추월하는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경쟁국 수준의 정부 지원은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