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24>'행복경영 전도사' 조영탁 휴넷 대표

조영탁 대표는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해 질수 있다”면서 “바람직한 직원상은 일을 찾아서 하는 CEO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조영탁 대표는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해 질수 있다”면서 “바람직한 직원상은 일을 찾아서 하는 CEO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조영탁 휴넷 대표는 행복경영 주창자(主唱者)다. 국내 처음 행복경영을 회사 정관(定款)에 명기하고 행복경영 실천모델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를 '행복경영 전도사'라고 부른다. 조 대표를 이달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 휴넷 사무실에서 만나 행복경영 이야기를 들었다. 평생교육 전문기업인 휴넷은 직원행복이 최우선이다. 사장실이 없다. 받은 명함이 아니면 그가 대표인지 알 수 없다. 직원들과 함께 열린 공간에서 일한다. 정년과 노조도 없다. 옷차림과 휴가, 출퇴근시간은 자율이다. 이익공유제, 직원행복기금도 조성했다. 조 대표와 인터뷰는 사장실이 없어 회의실에서 1시간여 진행했다.

-경영철학이 궁금하다.

▲자리이타(自利利他)다.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이 곧 나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다.

-정관에 행복경영을 명기한 이유는.

▲지난해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 서문에 '행복경영'을 새로 명기했다. '우리는 이익극대화가 아닌 직원, 고객, 사회, 주주를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 행복극대화를 목적으로 한다'라는 내용이다. 행복경영을 정관에 넣은 기업은 휴넷이 국내 처음이다. 다수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경영 목표로 하는데 우리는 행복경영이 목표다. 이윤만 추구하면 직원과 고객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이익에 치중하다보면 장기 이익에 역행한다. 사람이 기업의 미래다.

-언제부터 행복경영을 시작했나.

▲2003년 휴넷을 창업하고 부터다. 행복경영 비전과 사명(使命)을 만들었다. 그동안 시행착오도 있었다. 행복경영은 크게 3가지다. 행복극대화와 자리이타, 가치(價値)다. 직원과 고객, 주주 중에서 직원 행복이 최우선이다. 다음이 고객, 주주(株主) 순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이 만족하고 행복해 진다. 요즘은 상상력이 자산인 시대다. 직원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5년에 한 달 유급 학습휴가와 무제한 자율휴가, 직원행복기금, 정년이 100세다. 직원학습을 위해 해외 워크숍과 혁신아카데미, 365학점제를 운영한다. 2016년부터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행복한 경영대학'을 운영 중이다. 전액 무료다. 4기까지 모두 120명을 배출했다. 매월 한 번씩 조찬 모임을 갖고 행복경영 사례를 공유한다. 행복한 CEO 1000명을 양성하는 게 목표다. CEO가 행복해야 직원도 행복해 질 수 있다.

[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24>'행복경영 전도사' 조영탁 휴넷 대표

-행복경영으로 회사 내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직원 최우선 행복경영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우수한 직원이 몰렸다. 이직률은 내려가고 업무 몰입도는 올라갔다. 지난해 70일 위기경영을 한 적이 있다. 55일 만에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직원들이 위기경영을 신나게 한 결과다. 지난해 회사 내 한 팀이 정부 공모전에 입상해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그 돈을 회사에 기부했다. 액수를 떠나 직원들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받았다. 직원행복과 회사 매출은 비례한다.

-직원 몰입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평가 기준이 있다. 크게 △외부에 회사 자랑을 하는가 △5년 이상 근무하는가 △ 기대 이상으로 실적을 내는가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 몰입도가 최상급이다.

-사장실이 처음부터 없었나.

▲처음부터 사장실을 만들지 않았다. 직원들과 열린 공간에서 일반 책상을 쓰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도 사장실이 없다. 한국 기업은 수직적이고 위계질서 문화다. 사장실 없는 문화는 신 앞에 평등하다는 유대인 문화라고 한다.

-불편하지 않나.

▲불편한 점은 없다. 장점이라면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낸다. 일주일에 사흘 이상 직원들과 저녁에 한 잔 한다. 나는 책상을 6개월 만에 한 번씩 옮긴다.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 부서로 책상을 옮긴다. 일은 성과물, 즉 아웃풋이다. 출퇴근시간과 휴가가 자율이어서 직원들이 내 눈치를 보지 않는다. 육아휴직도 자율이다.

-직원 평가를 어떻게 하나.

▲평가 기준이 있다. 그동안은 상대평가를 했는데 이걸 절대평가로 바꿨다. 모두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직원들이 서로 코칭하며 성과를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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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가 없는데 경영 현안은 어떻게 협의하나.

▲임원과 직원 대표 각 3명으로 행복경영협의회를 구성했다. 3개월에 한 번씩 협의회를 열어 직원행복 방안을 협의한다.

-좋은 기업과 위대한 기업 차이는

▲비유하자면 좋은 기업은 서울 남산에 가는 것이다. 위대한 기업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는 일과 같다. 좋다는 것은 위대함의 적이다.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좋은 기업하면 대우나 복지가 좋은 기업을 말한다. 이 정도에 만족하는 기업은 망할 수 있다. 망하지 않으려면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현행 교육은 문제가 많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원점에서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한국은 입시위주 교육을 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국어나 영어, 수학은 기계가 대신해 준다. 디지털시대, 교육 목적과 무엇을 가르칠까를 원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창의력과 협업, 배려 심을 교육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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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한류 사업은 잘 되나.

▲현재 중국에서 기업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7년째인데 흑자를 냈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예전 중국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해 각 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중국 기업인들은 젊다. 한국과 중국 정상 회담시 배석한 기업인들을 보면 중국은 40대 창업가들이 주류다. 이에 반해 우리는 2세나 3세 기업인이 많다. 중국은 한해 300여만명이 창업을 한다. 중국 인터넷기업 알리바바 그룹 마윈 회장은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줬다. 중국에 갔다가 어제 왔는데 중국은 신산업에 도전적이다. 우리가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CEO 입장에서 본 바람직한 인재상은.

▲직원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일을 시켜야 잘 할 사람과 시켜도 못할 사람,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할 사람이다. 바람직한 인재는 시키지 않아도 일을 찾아서 자기 일처럼 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CEO 마인드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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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학습을 왜 해야 하나.

▲간단하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다. 과거는 한 번 배우면 그걸로 평생 먹고 살았다. 직장에 들어가면 한 직장에서 생활하다 퇴직했다. 이제는 환경이 변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사라졌다.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 공자는 2000여년 전에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의미다. 학문을 즐거워야 한다. 우리는 자녀 의사와 달리 부모가 학습을 강제로 하다 보니 공부가 괴롭고 고통이었다. 유대인들은 알파벳을 가르칠 때 아이가 흥미를 갖도록 알파벳 하나마다 사탕을 달아 놓는다고 한다. 한 자를 배우면 사탕을 한 알 먹을 수 있어 공부를 즐겁게 한다.

-행복한 경영이야기를 날마다 보내는데.

▲2003년부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마다 220여만명에게 이메일로 '행복한 경영이야기'를 보낸다. 주제는 그동안 읽은 책에서 정리한다. 그런 자료가 1000장 정도다. 매 주 토요일 회사에 나와 원고를 준비한다.

-독서광이라고 하던데.

▲정독한 책은 수천 권이다. 회사에 도서관을 만들어 책 1만여권을 비치했다. 직원들이 필요한 책은 구입해 준다. 연간 책 구입비가 2000만원에 달한다. 만화책도 사준다. 읽은 책 중에서 '소유냐 삶이냐'와 '그리스도교 이전의 예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해 11월 펴낸 '행복컴퍼니 휴넷스토리'도 한 권의 책을 참고하지 않고 일주일 만에 원고를 완성했다. 책을 통해 많은 경영자들과 행복경영 경험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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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목표는.

▲휴넷을 세계 일등 기업,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휴넷 사명이자 내 사명이다. 올해 안에 행복한 취업학교와 대학생 취업을 돕는 취업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흙수저란 말은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 말을 하면 자기 삶이 비참해진다.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 꿈은 가진 만큼 자란다. 파울로 코엘료는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라고 했다. 젊은이들이 안정만 추구하지 말고 신나게 미래에 도전해야 한다.

-좌우명과 취미는.

▲좌우명은 없다. 취미라면 책 읽기와 등산이다.

조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공인회계사다. 금호그룹 회장부속실을 거쳐 1999년 휴넷을 창업했다. 현재 사단법인 행복경영 이사장, 한국이러닝기업연합회장이다. 저서로 '100억 연봉 CEO'와 '행복하게 성공하라' 등 16권이 있다. 행복한 중기경영대상과 노사문화 우수기업,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대통령상 등 각종 상을 받았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