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18GEM총회...한강의 기적에서 혁신 성장까지 '혁신적 기업가정신 필요해"

“1960~1970년대 노동집약, 자본집약 투자로 20년간 많은 성장을 거뒀지만 혁신주도형 경제 체제로 변화하기 위해 많은 부분이 변해야 합니다. 혁신적 기업가정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공급 주도보다는 시장이 주도하는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8 글로벌기업가정신연구(GEM) 총회' 기조강연에서 “한국의 기업가정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시장 확대 등 6가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경제적 딜레마 한국경제, 공급 중심에서 시장 중심으로 정책 바뀌어야

지난 정부에서 최장수 중소기업청장을 역임한 한 교수는 한국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되지 않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전문 인력과 청년의 위험감수 성향이 감소하고 안정된 직업과 기회를 추구하는 성향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소수 재벌·대기업이 지배하는 폐쇄적 사업 생태계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한 사업 관행도 기업가정신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한 교수는 “수출 10대 품목 가운데 그간 산업화를 통해 세계 최고 5대 수출 품목에 들 정도로 성공한 산업인 조선, 자동차, 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이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한국은 경제적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기존 대기업 주도의 경제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는 한국에 혁신적 기업가정신 생태계가 다시 자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혁신적 기업가정신 생태계가 한국에 하루 빨리 자리잡기 위해 그는 △시장 확대 △투자 확대 △실패비용 감소 △기업가적 역량 강화 △혁신창업 증진 △공정거래 확립 등 6대 우선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그간 공급 중심으로 이뤄졌던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자연스레 시장을 조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고 민간이 적극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교수는 “주식회사를 하나 만드는 데 이제 막 창업한 매출 1억원짜리 기업도 삼성 같은 대기업과 마찬가지의 상법 상 규제로 재단한다는 점에서 현실적 모순을 발생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회사법을 별도로 제정해 다양한 형태로 창업하고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의 기적부터 사회적기업까지 “기업가 정신은 필수”

이날 GEM 총회에서는 한 교수를 비롯해 어려운 창업 환경에서도 혁신적 기업가정신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가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이충구 서울대 교수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을 한국 기업가정신의 대표 사례로 꼽으며 기업가정신을 정의했다. 이 교수는 “기업가정신이란 '창조적 파괴'를 통해 혁신 활동을 하는 자이자 지속가능한 혁신 리더십을 의미한다”며 “과거와 다른 기업가정신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1970년대 현대자동차 사장으로 재직하며 포니, 스텔라 등 국산 자동차가 수출 가도에 오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과 선순환기업가정신'을 주제로 한국 기업가정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 이사장은 “개인은 혁신 기업가정신을 갖고 기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기업가정신이 자리잡아야 한다”며 “부가가치 창출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것을 기업의 목표로 삼아 사람과 조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의 기업가정신 함양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상엽 소풍(SOPOONG) 대표 파트너는 사회적 기업가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적 접근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며 “좋은 회사와 좋은 소비자가 사회적 기업가정신으로 창출하는 가치가 결국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낼 뿐 아니라 '한강의 기적'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정신, 기업인에서 일반인으로 확산

이날 행사는 매년 총회에서 발표하던 GEM 보고서 공개 뿐만 아니라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한 특별 세션이 동시에 열렸다. 흔히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경제 발전을 기업가정신이란 관점에서 들여다 보고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총회 개최 3일차인 30일에는 GEM 연구를 활용한 기업가정신 교육 방향과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의 기업가정신 교육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기업가정신 프로그램 수립 방안도 논의한다. 올해부터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서 기업가정신을 교육한다.

최수규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은 “대기업도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역동적이고 혁신적 기업가정신으로 경제 성장 기틀을 만들었다”며 ““혁신하는 기업가정신이야 말로 대한민국 힘의 근원”이라고 강조했다.

남민우 한국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기업가들이 한국 경제를 새로 만들고 달성했듯, 한국 경제는 기업가정신에 기반해 만들어졌다”면서 “우리가 무엇을 달성했고 이후에 무엇을 설계해 나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