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마트시티, 'U시티' 반면교사 삼아야

스마트시티 시범 도시가 확정됐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4차위)는 29일 장병규 위원장 주재로 4차 회의를 열고 세종시 5-1생활권(274만㎡)과 부산시 에코델타시티(219만㎡) 두 곳을 스마트시티 시범 도시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이들 2개 도시에는 앞으로 5년 동안 정부 주도로 설계부터 시공까지 스마트시티 주요 기술을 투입한다. 4차 산업혁명 랜드 마크 도시를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모호한 4차 산업혁명을 구체화한 실증 사례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성공리에 완공된다면 문재인 정부의 대표 치적이 될 가능성이 짙다. 그만큼 안팎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부지 선정 발표 이전부터 정부, 지방자치단체, 산업계에서 큰 관심을 보인 배경이다.

이 대목에서 과거 '유비쿼터스 도시'(U시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0대년 중반으로 기억한다. 당시 '유비쿼터스'는 모든 첨단 기술의 복합체였다. 모든 길은 유비쿼터스로 통한다는 말까지 나온 시절이었다. U시티는 유비쿼터스 기술의 결정체로, 미래 도시를 보여 주는 가장 확실한 비전이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 다퉈 구축 경쟁을 시작했고, 당시 발표한 지역만도 얼추 30곳이 넘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U시티는 결국 실패한 정책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배경은 복합돼 있었다. 먼저 지나치게 기술 중심으로 접근했다는 지적이다. 신기술을 보이기에 급급, 정작 도시생활에서 필요한 편의성을 갖추지 못했다. 시장을 너무 앞서간 점, 민간 영역을 공공이 중복 투자하는 등 무리하게 주도한 점도 U시티가 경착륙한 배경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실패의 이유는 정부의 무관심이었다. 정권이 바뀐 후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가 급속하게 식으면서 용두사미 정책으로 전락했다.

이미 U시티를 경험한 상황에서 스마트시티는 달라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아이콘'으로 정말 키우겠다면 정권과 관계없이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 그게 스마트시티가 'U시티 판박이'라는 보이지 않는 불신을 걷어 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