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자력 R&D, 단추 다시 꿰어야

[기자수첩] 원자력 R&D, 단추 다시 꿰어야

파이로프로세싱·소듐냉각고속로(SFR) 연구개발(R&D)의 타당성 검토 작업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원자력 관련 대표 R&D 예산이다. 예산 심사 과정에 이어 재검토 과정도 험로 양상이다.

당초 지난달까지 R&D 타당성을 검토해 올해 파이로프로세싱·SFR R&D 예산 531억원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재검토 과정에 공평성 논란이 일면서 재검토위원회의 활동이 잠정 중단됐다. 문제는 작업이 앞으로도 정상 궤도에 오르기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파이로프로세싱·SFR R&D를 반대하는 측은 재검토위의 밀실 운영을 문제 삼았다. 과기정통부는 찬반 의견 청취와 자료 수집 등 주요 일정, 재검토 위원 7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반대 측은 사실상 R&D 사업을 계속하기로 결론을 내놓고 재검토위가 활동했다고 반발, 반대 측 전문가단 전원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지난달 예정된 공청회도 취소됐다.

재검토위 활동은 처음부터 위태로웠다. 파행은 예정된 순서였다. 매년 수백억원을 쏟아 붇는 R&D 사업의 계속, 진행 여부를 결정짓는 문제를 처음부터 안일하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예산 심사 내내 논란이 된 파이로프로세싱·SFR R&D 사업의 예산 사용 여부를 전문가 의견에 맡긴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과기정통부의 재검토위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명단 공개 없이 '밀실 운영'이 이어졌다. 찬성과 반대 측이 토론 한 번 하지 못했다. 재검토위 활동이 정상으로 종료됐어도 논란을 면키 어려운 그림이다. 어떻게 보면 쉽게 끝날 작업을 국회, 정부가 스스로 꼬았다.

재검토위 활동이 중단됐지만 국회의 해당 상임위원회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시작과 마찬가지로 국회가 나서서 문제의 끝을 맺어야 한다. 공평성과 신뢰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재검토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성을 떠나 R&D 관점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어쩌면 최종 결정 이전에 재검토 과정이 중단된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재검토위가 투명성을 확보해야 어떤 결론이 나와도 모두가 수긍한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