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차 육성, 전력 수요 정책과 맞물려서 수립해야

정부가 2022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미래형 자동차에 민간과 함께 35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판교 기업지원허브에서 이를 골자로 하는 '미래차 산업 발전 전략'을 공개했다.

미래차의 핵심은 전기와 자율 주행이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 대수를 지난해 2만5000대에서 2022년 35만대, 2030년 300만대까지 늘려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조기에 개막하겠다고 선언했다. 10여년 동안 무려 100배 이상 보급 대수를 늘리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다. 전기차의 약점인 주행 거리와 충전 문제 해결을 위해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달릴 수 있는 자동차와 충전 속도가 2배 이상 빠른 '슈퍼차저' 충전 기술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부는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현실성이다. 전기차는 전력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주요 동력원이 전기이기 때문이다. 보급 대수가 늘수록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전력은 얼마나 필요할까. 차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략 한 번 충전에 30~100㎾를 사용한다.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폰 같은 스마트폰의 전력 사용량이 '1년 기준'으로 1㎾인 점을 고려하면 사용량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충전기 전력도 무시하지 못한다. 발전 전략에서 공개됐지만 빠른 충전을 위해서는 고출력 충전기라 불리는 슈퍼차저 기술이 필수다. 정부는 내년까지 200㎾급을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2016년 가구별 한 달 전력 사용량이 220㎾다. 한 달 전기 사용량에 맞먹는 급속 충전기가 곳곳에 설치돼야 한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정책 기조는 '탈원전'이다. 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으로 원전을 보완한다 해도 단기간에 가능할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탄탄한 전력 수요 대책 없는 미래차 육성 전략이 불안해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