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소재부품에서 길을 찾자] <2>경량 소재:자동차 등 주력 산업 혁신의 원동력

[혁신성장, 소재부품에서 길을 찾자] <2>경량 소재:자동차 등 주력 산업 혁신의 원동력
[혁신성장, 소재부품에서 길을 찾자] <2>경량 소재:자동차 등 주력 산업 혁신의 원동력

정부는 최근 미래 자동차 강국 도약을 위해 주행거리 500㎞ 이상 전기차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 1회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문제없이 달릴 수 있는 전기차로 차세대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을 잡는 전략이다. 지난 2일 발전전략이 공개되는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다. 2030년 세계 자동차 시장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지 못하면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담겼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2016년 75만대 수준에서 2030년 3400만대로 15년간 45배 급성장할 전망이다. 경쟁국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미래차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거는 배경이다. 유럽 자동차 선진국은 강력한 환경규제를 바탕으로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한다. 중국도 내연기관차에서 뒤진 경쟁력을 만회하기 위해 전기차 시장에 주력한다. 자국 전기차 배터리 육성을 위해 통상 갈등도 서슴지 않는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배터리 등 핵심 부품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경량 소재로 차량 무게를 줄이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 국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자동차 혁신의 출발점이 경량 소재다.

자동차를 비롯한 전통 주력 산업의 기반인 철강을 대체할 '경량 소재'가 미래 산업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완제품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소재부품 기술력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철강보다 가볍고 강하면서 부존량이 많아 경제성이 뛰어난 타이타늄, 마그네슘, 알루미늄, 탄소소재가 대표 경량 소재다.

2000년대 초반 전체 자동차 무게의 65.9% 수준이던 철강 소재 비중은 2010년대 들어 60.5% 수준까지 떨어졌다.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미국자동차소재조합(USAMP) 전망에 따르면 2020년 자동차 소재 중 마그네슘이 차지하는 비중은 12.26%에 달할 전망이다. 2005년 0.33%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급속한 증가세다. 이는 무거운 철강 대신 마그네슘을 비롯한 비철금속과 플라스틱 등 화학소재 사용량을 늘려 차량 무게를 줄이고, 연비를 높이기 위한 경쟁에 따른 것이다.

한범석 자동차부품연구원 사업개발본부장은 “전기차는 배터리팩과 모터 등 핵심 전동부품으로 인해 전체 차량 무게가 늘어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소재 경량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면서 “기존 내연기관차도 세계적인 연비 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경량화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경량 소재는 자동차 등 수요산업 급성장과 글로벌 수요기업 공급선 다변화 추세에 따라 급속히 성장한다. 2015년 175조원 규모였던 세계 경량소재 시장은 2023년 47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량 소재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 범위를 소재부품으로 넓히더라도, 부품의 무역특화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소재는 핵심 소재 경쟁력 미흡으로 수출 경쟁력 개선이 미흡하다. 무역특화지수가 전체 무역액을 이용해 상품의 비교우위를 나타낸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재와 부품 간 불균형이 심화된 것이다. 국내 산업 생태계도 단순히 수입소재를 가공하는 데 그쳐 수요 산업의 해외 종속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철강과 화학산업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제조 기술과 축적된 설비운영 노하우를 갖춘 우리나라 잠재력을 극대화, 경량 소재 산업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은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 주도로 경량 소재를 개발 중이다. 미국은 2012년 에너지부 주도로 국가 경량 소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본도 2013년 경제산업성의 미래개척연구프로젝트에 경량 소재를 추가했다.

우리나라도 민관이 힘을 합쳐 연구개발(R&D) 인프라와 로드맵을 수립하고 개발기간과 비용을 절감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재→중간재→가공→제품화로 이어지는 패키지형 시스템 개발이 당면 과제다.

[혁신성장, 소재부품에서 길을 찾자] <2>경량 소재:자동차 등 주력 산업 혁신의 원동력

정부는 지난해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혁신성장동력 추진계획에 '첨단소재'를 추가해 항공부품과 자동차용 소재를 중심으로 경량화를 추진한다. 기본적으로 산업 융합을 위한 R&D와 중장기 원천 연구 지원이 핵심이다.

2022년까지 타이타늄, 알루미늄 등 수송기기용 경량 소재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기술 융·복합 추세에 대응해 타이타늄 항공부품과 자동차용 알루미늄 판재 기술을 개발한다. 빅데이터와 계산과학 등을 활용한 혁신적 물성 소재와 사물인터넷(IoT) 등과 융·복합할 수 있는 첨단소재도 개발·상용화한다. 타이타늄은 세계 4번째 수출국에 진입하고, 알루미늄은 세계 시장 점유율 5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개발과 함께 인프라 구축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기술개발과 가공 시스템 평가를 위한 기초 인프라를 구축해야 상용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정부는 올해 13대 혁신성장동력 분야 중 첨단소재에 가장 많은 예산(총 3270억원)을 투입한다. 소재 산업 경쟁력 제고가 바로 혁신성장의 원천이자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