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자본주의 위기와 금융 혁신의 관계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최근 자본주의가 스스로의 오작동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이 사안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논의가 절실하다.

필자가 금융기술 스타트업을 경영하며 이런 기고를 하는 이유는 금융 일선에서 자본주의 잡음이 가장 크게 들리고, 금융 자체의 비효율도 자본주의 미래를 직접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미세하게 진행되지만 그 함의는 크고 위험하다.

현재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돈 걱정에 시달라고 대안과 희망이 없는지를 통계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김생민의 '영수증' 같은 재무 조언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이유도 국민 가계 재무에 대한 답답함의 방증일 것이다.

역으로 '욜로(YOLO)' 문화는 돈 문제로부터의 도피 또는 그 기회 비용에 대한 직시를 의미하는 것 같다. 단언컨대 국민이 돈에 대해 느끼는 절박함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무상 어려움에 처하는 사람이 느는 이유가 구조 때문이다. 예비 창업자는 전세자금 대출과 재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창업을 포기하기 쉽고, 이는 장기로 볼 때 자본주의 사회의 성장 동력을 훼손한다.

대다수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이유는 노동 가치가 점점 줄어들고 인공지능(AI) 등 자동화 기술이 자본에만 호의를 보인다는 점과 자본의 세계화가 양극화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노동을 파는 것은 점차 어려운 일이 되고 자본을 굴리는 일은 점차 쉬운 일이 되는 만큼 전 국민이 자본가로 변신해야 마땅하지만 그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점을 정부와 사회가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파격의 근본 정책 변화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양극화 진행 속도를 증폭시키는 민간 차원의 문제도 있다. 바로 투자 수단의 불균형한 분배다.

투자는 원래 학습과 고민이 필요하다. 학습이 부족한 투자자는 실수로 수익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원금도 잃을 가능성이 짙다. 투자 손실 확률은 체계화 및 일관된 것이어서 우수한 투자 조언의 보급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역할을 해야 할 금융사는 자금이 적은 투자자의 돈에 관심을 기울일 동기가 낮다. 학습이 높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고액 자산가에게 서비스를 집중하는 것이 그들에겐 경제성이 있고 합리 타당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학습이 부족하기 쉬운 일반 투자자들을 마치 '금치산자'로 취급, 복잡한 금융 상품 거래를 불허하기까지 한다. 이의 근본 이유는 국민을 어린아이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최악의 부산물은 일반 투자자에게 점점 더 난해해지는 금융업체 소통 방식이다. 규제에 맞춰 투명한 정보 공시를 억지로 나열하긴 하지만 일반 투자자가 관심을 두기에 어려운 복잡하고 무성의하게 포장된 금융 상품이 범람한다.

결과는 일반 투자자의 더 커진 무관심과 혼란이다. 이런 때일수록 음성화된 위험한 투자 기회로 더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일반 투자자가 더 나쁜 의사 결정을 할 가능성의 구조를 더욱 굳힌다.

불투명한 정보 전달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혁신 투자 자문을 유발하는 것이다. 혁신 도전의 양은 규제의 양에 정확히 반비례하며, 대형 금융사 중심의 금융상품 유통 인허가가 최대 걸림돌이 된다. 소형 스타트업으로 하여금 금융 편의성 제고에 참여시키려면 행여나 국민이 어린이처럼 사기를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일부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사회의 강력한 자정 기능이 불건전 업체를 퇴출해 줄 것이라는 신뢰를 해야만 한다.

더 큰 문제는 사회 전반에 양극화가 지속, 중산층이 붕괴하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이 줄고 불행한 개인이 늘어나 사회의 결이 끊어지는 것이다. 사회가 불행해지는 것을 막고 싶다면 금융업 도전 및 혁신 장려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

천영록 두물머리 대표 juliuschun@doomoolmo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