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AI 의료기기 상용화 눈앞, 진단 패러다임 바뀐다

뷰노 메드 본에이지 솔루션
뷰노 메드 본에이지 솔루션

국내 첫 인공지능(AI) 진단지원 시스템 의료기기 허가가 탄생한다. 이르면 내달부터 병원 진료 과정에 활용된다.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고 보편성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뷰노는 최근 뼈 나이를 판독하는 AI 시스템 '뷰노메드 본에이지'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 2등급 허가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내달 초 허가 획득이 예상된다. 국내 첫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AI 진단지원 시스템이다.

뷰노메드 본에이지는 병원이 보유한 엑스레이 영상을 딥러닝 기술을 접목, 뼈 나이를 자동으로 알려준다. 환자 엑스레이를 수많은 영상정보와 비교·분석해 가장 유사한 나이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성장기 남녀 대상으로 성장판이 닫혔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작년 9월 식약처에 의료기기 2등급 허가를 신청했다. 2등급은 잠재적 위해성이 낮은 의료기기다. X선 촬영장치, 혈압계, 심전계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아산병원과 신뢰성, 유효성 검증을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최근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종 결과 보고서를 제출했다. 행정 작업을 마치고, 내달 초 국내 최초 AI 의료 진단지원 시스템으로 허가가 유력하다.

임상시험 결과 뼈 나이를 판독하는 정확도는 AI 시스템 적용 시 평균 10%가량 향상됐다. 0~17세 나이구간 여자 27개, 남자 31개 엑스레이 정보를 나눴다. 환자와 유사한 나이를 제시하는 실험에서 뷰노메디 본에이지는 가장 확률이 높은 후보 3개를 제시했다. 이중 정답이 있을 확률은 97%를 기록했다.

김현준 뷰노 이사는 “실험에 국한할 경우 사람은 27~31개 엑스레이 정보 중 환자와 유사한 것을 찾아야 하지만, SW를 활용하면 가장 유사할 것으로 예측되는 3개 중 하나만 찾으면 된다”면서 “찾는 범위를 단순화시키고 정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뷰노코리아 관계자가 AI 진단지원 솔루션 개발을 하고 있다.
뷰노코리아 관계자가 AI 진단지원 솔루션 개발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1년 이상 운영결과 판독속도는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 향상됐다. 판독 경험 많은 의사는 AI 시스템을 사용하면 18% 판독 속도가 향상됐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의사는 40%가 향상됐다. 실수로 성별, 나이 등을 잘못 판독하는 일도 사라졌다. 업무시간과 실수를 줄인다.

내달 의료기기 허가를 받으면 연구가 아닌 진료 현장에서 사용한다. 허가에 맞춰 도입을 논의 중인 병원이 10여개다. 일부는 시범 테스트 중이다.

해외 진출과 추가 솔루션 허가도 추진한다. 회사는 상반기 뷰노메드 본에이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준비한다. 개발 마무리 단계에 있는 △AI 기반 안전진단 △심정지 조기예측 △CT 결절 감지 솔루션도 하반기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를 신청한다.

뷰노를 시작으로 올해 AI 진단지원 솔루션 의료기기 허가가 이어진다. 현재 루닛 '의료영상검출보조 SW', 제이엘케이인스펙션 '뇌경색 MRI 영상 진단시스템' 등이 의료기기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 중이다. 하반기 상용화한다.

식약처는 작년 '빅데이터 및 AI 적용 의료기기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나 AI가 적용된 의료기기 정의, 인허가 과정을 담았다. 질병이나 건강상태를 진단하거나 지원하는 솔루션은 의료기기로 규정했다. 뷰노, 루닛 등 의료영상정보 바탕으로 진단, 지원 결정 제품은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병원에서 사용 가능하다. IBM 왓슨 포 온콜로지는 질병 진단이 아닌 관련 정보를 탐색·제공해 의료기기로 규정되지 않았다.

뷰노코리아 개발자가 AI 진단지원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뷰노코리아 개발자가 AI 진단지원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AI 의료기기가 현장에 적용되면서 패러다임 변화도 속도를 낸다. 의사 개인 역량에 의존했던 판독 과정에 속도, 신뢰성이 높아진다. 의료 서비스 질 향상과 범위 확대도 기대된다. 고급 의료 서비스가 미치지 못한 곳에 AI 시스템을 적용한다.

김 이사는 “AI 의료기기가 확산되면 지역병원, 개원의도 양질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면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도 일정 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