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전통놀이 속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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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 설이 다가왔다. 교통 대란과 가사 노동은 부담이지만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를 보는 건 반가운 일이다. 즐거운 자리에 놀이가 빠질 수 없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고유의 전통놀이를 즐겼다. 익숙한 전통놀이에도 수많은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겨울철 대표 전통놀이인 연 날리기에는 재미있는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다. 연이 나는 원리는 비행기가 하늘에 뜨는 원리와 같다. 물체를 공기 중에 띄우려면 '양력'을 이용해야 한다. 달리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보면 양력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손바닥을 비스듬히 하면 공기가 손바닥을 밀어올리는 힘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공기가 물체에 부딪치는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연 날리기 역시 대기 중에 비스듬히 누운 연을 공기가 밀어 올리는 힘을 이용한 것이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날개 뒤쪽의 '플립'이 아래로 비스듬히 기울어진다. 이 역시 같은 원리로 양력을 받기 위함이다.

우리나라 전통 연인 방패연은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방구멍'이라는 구멍이 연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연이 기울어진 각도가 커지거나 고도가 높아지면 큰 공기 저항이 발생한다. 이는 연의 비행에 악영향을 미친다. 안정된 비행을 방해하거나 연이 망가질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는 기능을 하는 게 방패연의 구멍이다. 방구멍이 연 뒤에서 발생하는 난류 문제를 해소시킨다.

방구멍은 외국의 연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구조다. 이 원리는 현대 낙하산에도 이용되고 있다. 낙하산을 자세히 보면 위쪽에 많은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구멍이 없다면 낙하산은 소용돌이 같은 난류에 휩싸이게 된다. 공기 저항을 이용하는 게 비행체의 기본 원리지만 동시에 힘을 적절히 제어하는 기술이 방패연과 낙하산의 공통점이다.

설 대표 놀이 종목인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즐겨온 것으로 전해진다. 설과 윷놀이가 밀접한 건 윷짝의 기원 때문이다. 윷짝은 그해 농사의 풍흉작과 길흉을 점치는 도구에서 유래했다. 윷놀이에는 한 해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민족의 염원이 담긴 셈이다.

도, 개, 걸, 윷, 모라는 패의 이름부터 가축을 상징한다. 각각 돼지, 개, 양, 소, 말을 뜻한다. 윷판의 29개 칸은 '밭'이라 부른다. 4개의 윷짝을 던져 나오는 패(끗수)는 가축이 밭에서 움직이는 속도와 같다. 도(돼지), 개(개), 걸(양), 윷(소), 모(말) 순으로 많은 칸을 움직일 수 있다.

윷놀이 규칙에는 확률의 원리가 담겨 있다. 각 윷짝은 평평한 면과 둥근 면으로 되어 있다. 네 개를 한꺼번에 던져 나오는 조합의 종류에 따라 갈 수 있는 칸 수가 달라진다. 4개의 윷짝이 각각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갖기 때문에 4개 윷짝을 던져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2의 4승, 즉 16가지가 된다.

이를 근거로 도, 개, 걸, 윷, 모가 나올 확률을 각각 따져 보면 2칸을 움직일 수 있는 '개'가 나올 확률이 37.5%로 가장 높다. 두 윷짝은 둥근 면, 나머지는 평평한 면이 나올 경우의 수가 여섯 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때 확률은 16분의 6, 37.5%다.

이 방식으로 각각 확률을 계산해 보면 1칸·3칸을 움직일 수 있는 도와 걸의 확률은 25%, 4칸·5칸을 움직일 수 있는 윷과 모의 확률은 6.25%다. 윷놀이에서 말이 움직이는 칸 수의 확률은 2칸, 1칸·3칸, 4칸·5칸 순으로 높다는 계산이 나온다. 긴장감 있는 말판 놀이에 걸맞은 확률 안배다.

여기까지는 단순 확률 계산이다. 윷놀이는 여기에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더했다. 윷짝의 한쪽 면이 둥근 덕이다. 둥근 면의 곡률과 반경에 따라 둥근 면과 바닥 면 둘 가운데 어느 면이 위를 향할지 매우 복잡한 경우의 수가 생긴다. 둥근 면의 반경이 반원일 때는 평면이 위를 향할 확률이 더 높다. 둥근 면의 반경이 반원보다 클 때는 반대다.

윷짝의 생김새가 다양함을 고려하면 패의 조합을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윷의 재질, 바닥과의 충돌 속도 등도 제각각이다. 우연성은 더 커진다. 이렇게 패의 확률이 단순 계산의 영역을 벗어나면서 윷놀이는 비로소 '게임'으로서 재미 요소를 갖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