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화폐 업계, 비트코인으로 선거자금 기부 "우리 대표를 의회에 보내자"

미국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의회에 '가상화폐 후보'를 보내는 운동에 나섰다.

11월 선거를 앞두고 가상화폐로 선거자금을 기부하는 등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이해도를 높여 관련 정책 입법이 산업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닷컴은 9일(현지시간) 가상화폐 후보의 대표 주자로 캘리포니아의 오렌지카운티에서 연방하원 의원에 처음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브라이언 포드(37)를 소개하면서 후보경선 자금으로 기부 한도인 2700달러(295만원)를 낸 투자자들만 해도 1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포드가 이들의 총아가 된 것은 매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에서 디지털 화폐 국장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에서 기술보좌관을 지낸 이력 때문이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의 창업자인 타일러 윙클보스는 “포드는 새로 뜨는 기술들의 힘을 알고, 이를 어떻게 하면 사람과 조직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육성하고 형성할 수 있는가를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급등락하면서 의회에 우군을 만들 필요성을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포드가 모금한 비트코인 자금 총액은 선거운동 6개월 만에 이미 이전 다른 후보들이 받은 비트코인 자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이 쌓였다. 포드는 기부받은 비트코인을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달러화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가상화폐 업계의 '포드 의회 보내기' 운동의 배경엔 그동안 가상화폐를 방치했던 규제기관들이 8000억달러로 커진 가상화폐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포드는 이미 규제 회색 지대에 속하는 신흥기술 회사를 직접 설립해 운용해봤기 때문에 기술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부가 규제에 나설 때의 위험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는 가상화폐에 대한 공격적 규제가 미국의 관련 산업을 스위스 같은 해외로 쫓아내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할 생각이다.

그는 “소비자 권리와 안전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다”며 작은 신생기술 업체들에 지나친 규제를 가하면 그 기준에 맞추느라 혁신에 필요한 자원을 다 써버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미국에서 서로 다른 규제기관들이 서로 반대 방향의 규제를 하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됐다. 지난해 말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2개 선물거래소에 대해 비트코인 파생상품의 취급을 허가했는데 동시에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단속에 나서 가상화폐공개(ICO)를 중지시켰다.

한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는 선거자금을 비트코인으로 모금할 수 있는지,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문의한 것엔 아직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