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미 해킹툴 도난…러시아인에 1억원만 떼이고 회수실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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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당국이 도난당한 해킹툴 회수를 위해 러시아 정보당국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인에게 10만 달러(약 1억900만원)를 줬지만 회수에는 실패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러시아인은 미국이 도난당한 해킹툴 거래를 명목으로 미 정보당국과 접촉했지만 해킹툴은 내놓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흠집내기용 미검증 자료만 계속 주는 바람에 미국이 돈만 떼이고 해킹툴 회수에는 실패했다.

미 온라인 매체 인터셉터 제임스 라이센은 “해킹툴은 정교한 해킹을 가능하게 하는 NSA의 기밀문서”라면서 “미 정보당국은 미국 시스템에 대해 이 기밀을 이용한 해킹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NSA(국가안보국)와 CIA(중앙정보국) 등 미 정보당국이 내세운 미 기업인과 이 러시아인 간 접촉이 처음 이뤄진 것은 지난해 초였다. 미 정보당국 해킹툴이 언제, 어디서 도난당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해커들을 지원하는 '섀도 브로커스'라는 집단의 손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해킹툴은 중국이나 러시아 네트워크 침입을 위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인과의 접촉은 주로 독일 베를린에서 거의 1년 가까이 이어졌다. 이 러시아인은 당초 해킹툴을 돌려주는 대가로 1000만 달러를 요구하다 협상 초반 100만 달러(약 10억9000만원)로 대폭 낮췄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연계 의혹, 매춘부 등장 동영상 등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자료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 베를린 러시아 대사관에서 2013년 트럼프 대통령이 2명의 매춘부와 호텔 방에 같이 있는 장면이라는 동영상을 미국 기업인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NYT는 그러나 이 영상이 화면만 나오고 목소리는 없는 데다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인지 검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정보당국은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공작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지만, 해킹툴 수거를 위해 계속 협상할 수밖에 없었다. NSA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십여 차례 이 러시아인에게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거래 성사가 거의 임박한 것으로 보이자 CIA 요원들이 지원 차 독일로 급파되기도 했다. 같은 해 9월엔 러시아인에게 총 100만 달러 가운데 첫 거래대금으로 10만 달러가 든 여행 가방을 베를린 한 호텔에서 주기도 했다. 이 러시아인은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자료만 내놨고, 거래는 지난달 최종 무산됐다.

미 정보당국은 이 러시아인에게 해킹툴을 주든지 아니면 러시아로 들어가 나오지 말라는 경고를 했고, 그는 '고맙다'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떴다.

이 러시아인은 러시아 정보기관인 FSB(연방보안국)를 위해 일종의 브로커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 FSB 국장인 니콜라이 파트루세프와 직접적 연계가 있다고 미국 정보 관리들은 전했다.

그러나 미 CIA 딘 보이드 대변인은 “CIA가 10만 달러를 편취당했다는 소설 같은 얘기”라면서 “명백히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