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평창 만큼 뜨거운 스키 로봇 대회...로봇 가능성 선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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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주행 휴머노이드 '스키로봇챌린지' 대회가 12일 강원도 횡성군 웰리힐리파크 D+슬로프에서 열렸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자율 주행 휴머노이드 '스키로봇챌린지' 대회가 12일 강원도 횡성군 웰리힐리파크 D+슬로프에서 열렸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스키를 탄 군상이 눈 위를 질주한다. 각양각색 스키복과 털모자를 착용했지만 인간이 아닌 로봇이다. 무사히 완주하는 로봇도 있지만 넘어지거나 깃발을 통과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속출한다. 12일 강원도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 '스키로봇 챌린지'에서는 인간 영역스키에 도전한 8종 로봇이 자웅을 겨뤘다.

대회 본경기인 자율미션은 오전 10시, 11시, 오후 2시 총 3회전으로 열렸다. 로봇이 인간 도움 없이 스스로 판단, 스키를 타고 80m를 내려오는 경기다. 깃발과 깃발 사이 '기문(旗門)'을 지그재그 통과해야 한다. 기문을 통과할 때 받는 점수로 우위를 가린다. 총 5개 기문을 모두 통과했을 경우 빨리 내려온 로봇이 이긴다. 시간까지 같을 경우 큰 로봇이 우선권을 갖는다. 로봇이 클수록 제어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하 14도,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씨는 인간뿐 아니라 로봇에도 가혹한 환경이다. 눈 위를 내려오게 제작된 로봇이 얼음으로 바뀐 바닥에서 속도 제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상당수 로봇이 기문을 인식하고도 가속을 이기지 못해 넘어졌다.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는 깃발은 로봇 인식 속도와 정확성에 영향을 미쳤다.

로봇이 실패 없이 코스를 주행하려면 정확히 기문을 인식해야 한다. 기체 방향, 속도, 힘 등도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최적 속도에서 조금만 빨라져도 기체가 넘어진다. 옆 라인 스키 이용자가 입은 옷을 기문과 혼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적용된 기술은 로봇 종류만큼이나 다양하다.

미니로봇이 개발한 '태권브이'는 영상을 통해 깃발 색깔과 면적을 인식, 기문을 통과했다. 자체 개발한 모터와 GPS 위치 인식을 통해 최적 속도를 유지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스키로봇 '스키로(SKIRO)'는 스테레오 카메라와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시각 센서 '라이다'를 결합, 기문 인식 안정성을 높였다. 지도 생성을 통해 자기 위치를 인식하고 속도를 조절했다.

한양대가 개발한 '다이애나(DIANA)'는 기문을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 '딥러닝' 기술을 적용했다. 구글이 알파고를 학습시킨 인공지능(AI) 방법론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뉴질랜드 전지훈련까지 실시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서울과학기술대팀 '루돌프'는 160㎝로 출전 로봇 중 최대 크기다. 스키 이론을 적용한 회전 반경으로 이목을 끌었다. 이밖에도 인간과 같은 높은 무게중심을 구현한 KAIST팀 '티보(TiBo)', 인간 다리 구조를 모방한 경북대팀 '알렉시(ALEXI)', 관절 토크 센서를 내장한 명지대 'MHSRP', 순수 학부생으로 구성된 국민대팀 '로크2(RoK-2)' 등이 개성을 뽐냈다.

악천후를 무색케 하는 뜨거운 경쟁 끝에 태권브이가 우승을 차지했다. 스키로는 간발의 차이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두 로봇 모두 정확한 인식 능력과 안정적 주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번 대회는 완결성보다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회였다. 다양한 변수 탓에 완주에 실패한 로봇이 더 많았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회차가 끝날 때마다 더 빠르고 정확한 주행을 위해 부지런히 로봇을 개선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하는 로봇이 구현될 날도 멀지않았다.

횡성(강원)=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