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전제품 판매점 직원, '가전+상조 결합상품' 권유·판매 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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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건조기 구매를 위해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가전제품 판매점을 들렀다가 이상한 경험을 했다. 높은 가격 때문에 구매를 고민하던 A씨에게 판매점 직원은 '적금상품' 가입을 적극 추천했다. 9년 동안 매달 약 5만원 적금을 붓는 상품에 가입하면 건조기 구매 시 100만원을 즉시 할인 받고, 차후 적금 원금도 돌려받는다고 했다. A씨는 너무 좋은 조건이 의심스러워 구매를 미뤘다. 판매점 직원이 추천한 것이 '상조서비스' 결합상품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한참 후 일이다.

삼성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등 가전제품 판매점 직원은 앞으로 가전제품과 상조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권유·판매 할 수 없게 된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전제품 판매업체 직원의 상조서비스 결합상품 권유·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할부거래법이 개정되면 가전제품 판매점 직원은 가전제품과 상조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단순히 소개만 할 수 있을 뿐, 권유·판매는 금지된다. 결합상품을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는 상조회사와 별도 전화 등을 통해 계약할 수 있지만, 가전제품 판매점 직원과 직접 상조서비스를 계약할 수는 없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결합상품을 소비자에게 소개할 때에는 '상조서비스 가입'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리도록 할 계획이다. 분쟁 발생 시 상조회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내용 등도 개정안에 담을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관련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할부거래법 개정에 나선 것은 직장인 A씨 사례와 같은 '불완전 판매'에도 불구하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소비자가 덤터기를 쓰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상조서비스를 상조회사 직원이 아닌 가전제품 판매업체 직원이 판매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가전제품과 상조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는 삼성, LG가 대표적이다.

삼성디지털프라자는 상조업체인 대명라이프웨이와 협력해 '대명스마트라이프'라는 결합상품을 판매한다. 매달 5만4000원을 110회 납입하면 가전제품 구매시 100만원을 지원해주는 식이다. LG베스트샵은 상조업체인 교원라이프와 협력해 결합상품을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결합상품은 불법이 아닐뿐더러 상조서비스 가입에 관심이 있었던 소비자에게는 유리한 상품”이라면서도 “상조회사 직원이 아닌 가전제품 판매점 직원이 판매하다보니 소비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관련 소비자 피해 발생을 우려해 지난해 말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럼에도 관련 소비자 피해는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소비자원은 △가전제품을 사은품으로 알고 상조서비스에 가입했다가 계약 해지 시 할부금이 청구되는 사례 △소비자가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상조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례 △만기 환급 조건이 소비자가 이해한 것과 다른 사례 등을 꼽았다.

할부거래법이 개정되면 소비자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 분쟁이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분명해져 피해 구제가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변호사는 “가전제품 판매점 직원에게 할부거래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애매했던 게 사실”이라며 “할부거래법이 개정되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