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수혜 기대감에 줄잇는 창투사 코스닥 상장 "자기자본 확충, 대형화로 승부"

창업투자회사가 연초부터 줄지어 코스닥 상장 채비에 나서고 있다. 벤처투자 시장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고 3년간 10조원 규모 혁신모험펀드를 내놓겠다는 정부 활성화 방침에 맞춰 벤처투자업계도 대형화, 다각화를 위한 자금 조달 수단으로 코스닥 상장을 택하고 있다.

정책 수혜 기대감에 줄잇는 창투사 코스닥 상장 "자기자본 확충, 대형화로 승부"

18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를 시작으로 네오플럭스, SV인베스트먼트 등 벤처캐피털(VC)이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이미 지난해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마쳤다.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달 26~27일 수요예측을 거쳐 다음달 초 공모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네오플럭스와 SV인베스트먼트도 각각 상장 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해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KTB네트워크,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이앤인베스트먼트 등도 주관사 선정에 한창이다.

창투사가 올해 들어 연이어 코스닥 상장에 나서는 이유는 지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VC산업을 적극 육성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연내 발의할 벤처투자촉진법에도 민간 자금만으로 투자 조합을 결성하면 각종 규제를 줄이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앞서 상장한 VC가 꾸준히 공모가 이상 주가를 유지하고 신규사업에 나서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VC의 코스닥 행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16년말 DSC인베스트먼트와 티에스인베스트먼트는 16년만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DSC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49.1%, 77.4% 증가했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추가 펀드를 결성하고 자회사로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는 등 정부 정책 변화에 발맞춰 사업을 다각화 한 결과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VC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신규 펀드 결성에 투입할 계획이다. 자체 자금조달 능력을 확보해 모태펀드 출자 없이 민간 자금만으로 펀드를 결성해 선제 투자에 적극 나서기 위해서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자금조달 목표 금액 대부분을 펀드 출자에 투입할 계획이다. 목표 금액 169억원 가운데 160억원을 출자해 하반기 중으로 2000억원 규모 신규 사모투자펀드(PEF)를 결성하는 것이 목표다. 다른 VC에 비해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린드먼아시아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대형화를 통해 정책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 상장 채비에 나선 창투사 대다수는 운용자산 규모 5000억원 안팎의 중견 회사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1조원 이상으로 운용자산 규모를 불린 대형 VC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운용 자산 규모를 불려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는 2470억원, 네오플럭스는 4570억원, SV인베스트먼트는 4059억원의 자산을 운용한다. 6000억원대 운용자산을 보유한 KTB네트워크 역시 상장으로 조달한 금액을 자기자본 투자로 활용할 계획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 시장이 본격 확대되면서 주요 출자자인 은행과 증권사도 대형 벤처캐피털 또는 이름이 알려진 상장 창투사에 출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 확대가 예고되는 만큼 대형화 뿐만 아니라 기존 주력 투자 영역에 대한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