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3月 신차 배정에 '운명' 달렸다

한국지엠이 오는 3월 실시하는 제너럴모터스(GM) 글로벌 신차 생산기지 배정 결과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한국지엠은 현재 차세대 차량 생산 물량을 소형 크로스오버차량(CUV) '9BUX' 하나만 확보한 상황이다. 한국지엠이 추가적인 신차를 유치하지 못하면 군산공장에 이어 다른 공장 폐쇄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지엠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 (제공=한국지엠)
한국지엠 소형 SUV '쉐보레 트랙스' (제공=한국지엠)

한국지엠 노사 양측은 지난 7일 돌입한 '2018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을 잠정 중단한다고 18일 밝혔다. GM 본사가 일방적으로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대책마련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한국지엠 노사 양측은 오는 3월 진행하는 글로벌 GM 신차 배정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임단협을 서둘러 시작했다. 자발적 성장을 위해서는 신차 배정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지엠이 국내 생산을 확보한 신차는 차세대 '소형 SUV(프로젝트명 9BUX)' 하나뿐이다. 9BUX는 국내에서 개발을 총괄한 차량으로, 2020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

한국지엠 노사는 현재 두 개 차종에 대한 국내 유치를 목표로 한다. 첫 번째는 1단계 개발이 진행된 글로벌 아키텍처 '크로스오버차량(CUV)'이다. 해당 차량은 양산까지 48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차량 생산에 대한 배정은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지엠은 이번 임단협에서 노조 양보 정도에 따라 유치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 경차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 (제공=한국지엠)
한국지엠 경차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 (제공=한국지엠)

노조는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경차 'M2-2' 국내 생산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글로벌 GM 경차 생산기지다. 하지만 M2-2에 대해서는 국내 생산 여부에 대한 확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GM 본사는 수익성 문제를 해결하고, 높은 가동률이 보장돼야만 국내 공장에 배정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폐쇄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가동률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 군산공장은 2011년 승용차 27만대, 디젤엔진 20만대까지 생산하면서 한국지엠 주력 공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GM이 쉐보레 유럽법인 철수 계획을 결정하고, 생산 차종인 크루즈, 올란도 판매 부진이 겹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2011년 5조6000억원에 달했던 생산액은 2016년 1조원까지 낮아졌고, 생산 물량은 지난해 3만3000대까지 떨어졌다. 근무 형태도 1교대제로 전환했고, 3500명에 이르던 인력규모도 2200명까지 축소했다. 공장 가동률이 20% 이하로 떨어지면서 공장 폐쇄 직전에도 가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때문에 신차 배정이 없이는 창원공장, 부평공장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준중형 모델 '크루즈'가 생산 중인 한국지엠 군산공장. 회사는 13일 올해 5월까지 군산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준중형 모델 '크루즈'가 생산 중인 한국지엠 군산공장. 회사는 13일 올해 5월까지 군산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GM 본사가 국내 공장에 신차 배정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높은 임금구조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노조 측은 글로벌 신차 배정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내수·수출 시장에서 잘 팔리는 신차를 배정받으면 공장 가동률 상승과 수익구조 개선까지 모두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개발 모델의 경우 국내 생산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 측은 지난 14일 군산공장에서 전 지회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간부합동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설 명절 이후 총파업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쟁에 결합하기로 했다. 또 카허 카젬 사장을 포함한 한국지엠 경영진 퇴진 운동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재홍 한국지엠 노조 군산지회장은 지난 14일부터 부평공장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깃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깃발

노조 관계자는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는 것보다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한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총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고, 자세한 투쟁방향과 규모에 대해서는 설 명절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