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개별 고유번호를 부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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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지속 증가했다. 자금, 판로, 기술, 인력, 국제화, 벤처, 창업 지원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창업 및 일자리 지원 프로그램까지 더해지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방대한 정책 프로그램 숲속에서 각자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별 사업의 좌표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력이 부족하고 시간도 없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벤처기업, 스타트업은 지원 프로그램의 효율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탐색 시간과 노력도 만만치 않다.

수요자뿐만 아니라 정책 공급 부문도 마찬가지다. 타 부서의 지원 프로그램을 충분히 숙지하는 직원은 많지 않다. 부처 간 업무가 분산되고 유사 사업이 많을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종합(패키지형) 지원을 요구하는 중소기업의 서비스 수요와 실제 상응하는 서비스 간에는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의 주된 원인은 정책 내용보다 정책 전달 방식이다.

정책 전달 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 지원 프로그램마다 각각의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이를 일반에 공표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각 지원 시책을 대·중·소로 세분화해서 단위 사업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이와 함께 전체 사업을 나열하는 일련번호를 병기하고 이를 공표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코드 대분류은 가-나-다-라, 중분류는 A-B-C-D, 세분류는 1-2-3-4로 하고 모든 단위 사업에 괄호를 병기해서 여기에 총 일련번호와 시행일을 기록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유번호가 '마-F-9(100, 2018.2.9.)'로 표기되는 프로그램은 '자금 지원, 스타트업 부문, 9번째 프로그램'이고, 전체 중소기업 지원 시책 가운데 100번째에 해당하며, 2018년 2월 9일 현재 기준으로 맨 마지막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다.

추가 탐색 노력을 근원부터 없애기 위해 해당 사업의 시행일을 명기하도록 한 것이다. 시책에 대한 고유번호 부여는 검색을 쉽게 해서 지원 프로그램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 초기 벤처기업, 소상공인에게 특히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책 접근성을 강화하다 보면 시책 친밀도가 높아지고, 수요자 정책 수요 투입 기능도 활성화될 것이다.

고유번호 부여를 위해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가칭 '시책분류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세밀하게 시책을 분류하고, 그에 따르는 고유번호를 체계화해서 부여하다 보면 정책 연구에도 도움이 되고 정책 취약 지대도 발견하는 이점도 있을 것이다. 또 중복 시책을 자연스럽게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숨어 있는 사업을 없애고 정책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집행 과정을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우선 가장 많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부문부터 시범사업으로 시작하고, 효과를 분석해서 범부처 차원으로 확산시킨다면 한층 고객 중심의 정책 서비스가 수월해질 수 있다.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의 고유번호 부여는 작은 배려이지만 시간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에 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작은 것을 배려하는 행정이 따스한 행정, 사람 중심 행정이다.

이계형 단국대 석좌교수 lgh300@naver.com

한국산업기술평가원장.
前 한국표준협회장.
<한국산업기술평가원장. 前 한국표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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