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R&D, 역차별 정책 기조 변화 환영

정부가 인공지능(AI) 시대를 겨냥한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조 단위의 예산을 투입한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이 시스템 반도체와 차세대 반도체 육성 적기라는 학계·업계의 의견 및 판단을 수용한 결과다.

세계 AI 반도체 개발 경쟁도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알 만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모두 새 시장 개척에 뛰어든 상태다. AI 반도체는 뇌 신경망 기능을 따온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접목한 것이 주류로, 학습 능력이 있는 반도체를 의미한다. 기존의 AI 머신 기능을 회로화한 지능형 칩으로 보면 된다.

이번 지능형 반도체 국책 R&D 사업은 중장기 미래를 겨냥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 수요에 맞춘 당장 상용화 사업에 초점을 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부터 공동 기획한 것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높다.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 메모리 강국에서 진정한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반도체 산업이 세계를 선도하기 시작한 이래 조 단위의 예산 책정은 이례다. 메모리반도체 착시 효과로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하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한 예산이 급감했다. 정부의 육성 아이템에서 소외된 것이다. 반도체 예산이 전무하다시피 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뒤진 시스템 반도체 업계는 자포자기 상황이었다.

반도체 학계와 업계는 정부의 조 단위 예산 책정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으로 입을 모은다. 이미 세계를 선도하고 있는 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정부 R&D 정책 집행 과정에서 역차별을 받아온 터여서 이번 첨단 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 기조 변화에 크게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미래 트렌드를 선도하는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은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반도체 산업 R&D에 대한 기조 변화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메모리와 시스템을 포함하는 진정한 반도체 강국 도약의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