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설비 못 갖춘 KT·포스코ICT, 결국 현대차 전기차 충전사업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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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포스코ICT가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 충전서비스 사업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이버프(EVuff)' 행사장에는 국내 출시된 전기차 홈 충전기 다수가 한 자리에 전시됐다. 방문객이 충전기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이버프(EVuff)' 행사장에는 국내 출시된 전기차 홈 충전기 다수가 한 자리에 전시됐다. 방문객이 충전기를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충전기 가격 현실화와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개인용 전기차 충전사업자 자격을 충전기 제조사로 제한했다. KT와 포스코ICT는 제조설비를 갖추기 보다는 사업을 포기하는 쪽을 택했다. 현대차가 선정한 4개 사업자 가운데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이하 한충전)도 제조시설을 갖고 있지 않아 비공용 사업 포기를 검토 중이다.

19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와 포스코ICT가 현대자동차에 충전서비스 전담 파트너사 자격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올해 1만8000대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으로 대영채비·포스코ICT·한충전·KT 4개사를 우선사업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이달 최종 계약을 앞두고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한충전도 자체 인력을 포함한 충전기 제조시설이 없어 사실상 현대차 파트너 자격은 중소기업 제조사인 대영채비만 남게 됐다. 현대차는 충전서비스 파트너사를 다시 선정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마련 중이다.

지난 주 환경부가 발표한 충전기 구축·운영 사업자 공고에서 올해부터 누구나 사용하는 공용 충전사업은 종전 방식을 유지하지만 전기차 고객 개인만 사용하는 비공용 충전사업은 충전기 제작사만 참여하도록 제한했다. 시스템통합(SI) 형태 기업을 거치지 않고 고객과 충전기 제작사 간에 직접 거래하도록 한 것이다. 가격 합리화와 함께 고객 대응력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기준이다.

충전기 제조·생산이 가능한 공장등록(증)과 제품 원가산출내역서 제출을 포함해 일정 인원 이상 개발 인력을 갖춰야만 비공용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정부 보조금 의존도가 큰 만큼 업계는 이 규정을 지킬 수밖에 없다.

국내 유력 충전서비스 사업자가 최대 고객사를 포기하면서 파장이 불가피하다. 포스코ICT와 한충전은 3년째 현대차 충전서비스 사업파트너로, 두 회사 모두 구축·운영 중인 충전인프라 절반가량이 현대차 고객 물량이다. KT 역시 지난해 처음 충전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이후 확보한 고정 고객사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사업 전반에 타격이 예상된다.

충전서비스 업체 한 관계자는 “비공용 충전기만 따지면 사업자를 제조사로 제한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보급 초기 때부터 사업자 제한 없이 진행해오다 갑자기 기준을 내놔 사업자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관계자는 “충전기 보조금은 완제품 가격과 설치비 전부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이를 보조하는 지원일 뿐인데 충전 업계가 매년 아무런 지원·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서 “충전기 가격 합리화와 보다 효율적인 충전 설치, 민원 대응을 위해 관련 업계와 협의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설치된 충전기(완속)는 1만2441개다. KT가 4331개로 1위를, 포스코ICT와 한충전이 각각 2381개, 2299개로 2·3위를 차지했다. 이중에 비공용 충전기는 5817개가 설치됐고, KT가 1469개(25%), 포스코ICT와 한충전이 각각 1937개(33%), 1877개(32%)를 구축했다. 이들 3사의 지난해 비공용 충전기 시장점유율은 90%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