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수학 가형 기하 빠지나' 이공계 기초소양 저하 우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수학 가형에서 '기하'가 빠지는 안이 유력하다. 기하는 공간·도형·위치 등을 다루는 것으로 이공계에 필수 항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중요성이 커지는 이공계 분야 기초소양 저하가 우려된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 결정을 위한 공청회를 19일 서울교대 에듀웰센터 컨벤션홀에서 개최했다.

수능 출제범위 정책연구팀은 자연계 학생이 치르는 수학 '가형' 출제범위에 기존처럼 기하를 제외하는 안을 제안했다. 2015 교육과정에서 기하는 진로선택과목으로, 벡터는 전문교과과목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기하를 범위에 넣으면 2015교육과정에서 빠진 기하를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2009 교육과정에 비해 수학시수가 증가한다.

공청회 전 설문조사에서는 수학 가형에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통계만 포함하고 기하는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대학교수·고교교사는 76%가, 학부모와 시민단체는 89%가 이 안을 선택했다.

정진갑 계명대 교수는 “학교의 2015 개정 교육과정 운영, 학생 수학 학습시수 등을 고려할 때 기하를 제외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임정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교육개발실장은 “2015 개정 교육과정도 기하를 자연과학, 공학, 의학뿐만 아니라 경제·경영학을 포함한 사회과학 분야를 학습하는데 기초로 제시했다”면서 “이공계 진학 희망 학생에게는 기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습 부담을 높인다는 이유로 가르치지 않거나 배울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은 이공계를 진학하는 학생이 고등학교 3학년 1년을 잘 지나가게 할지는 몰라도 1년 후 당장 더 큰 절망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지난 해 8월 수능 개편 유예를 발표하면서 2021학년도 수능은 현행방식을 유지하되 출제범위는 올 해 2월말까지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기존 수능 형태를 유지하면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해야 하다보니, 출제범위를 두고 관계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수능 출제범위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과정 조정, 교사 배치, 교과서 주문 등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교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2월 말까지는 결정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지난달 23일부터 2월 4일까지 학부모, 교사, 교육청 교육전문직, 대학 교수, 학회 등을 대상으로 출제범위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정책연구 결과와 설문조사, 이날 공청회 등을 토대로 출제범위를 결정한다.

가형에서는 학습 부담을 이유로 기하가 빠지는 안이 유력하지만, 나형에서는 공통수학 대신 더 어려운 수학Ⅰ 채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범위가 이과는 줄어들고 문과는 늘어나 학습부담에서 형평성이 맞지 않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학탐구 영역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2015교육과정에서 '과학Ⅱ(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Ⅱ)'가 진로선택과목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수능출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책연구팀은 과학탐구가 수학과 달리 출제범위가 선택과목 수이므로 동일한 수능과목 구조 유지를 위해 출제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청 의견과 설문조사에서도 '과학Ⅱ'를 출제하는 안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외에도 국어영역에서는 독서', '언어와매체' 수능 출제에 대한 찬반이 갈리고 있다. 수학 '나형'에서는 수학Ⅰ과 공통수학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책연구를 수행한 정진갑 계명대 교수는 “현행 수능 출제범위와 동일하게 하되, 교육과정 개정으로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학습 부담 완화를 위해 수능 출제범위를 최소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지난 해 12월부터 정책연구와 17개 시도교육청 대상 수능 출제범위 의견수렴, 학부모·교사·장학사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을 거쳐 안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2018학년도 수능 시험지
2018학년도 수능 시험지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