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불합리한 美 보호무역조치에 특단 조치 마련 지시…"당당하고 결연히 대응"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거듭된 통상 압박에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를 지시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도 부당한 부분을 적극 주장하라고 강조했다.

세탁기, 태양광, 철강으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지속되자 대통령으로서 대응 강도를 높였다. 미국이 통상 압박을 구체화한 상황에서 실효를 거둘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9일 설 연휴 직후에 가진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미국의 통상 압력 등 경제 현안 대응을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철강, 전자, 태양광, 세탁기 등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 규제 확대로 말미암아 해당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수출 전선에 이상이 우려된다”면서 “정부는 수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종합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대응 조치를 자세히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WTO 제소와 한·미 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하고,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대응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혁신 성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신북방 정책과 신남방 정책의 적극 추진으로 수출 다변화를 꾀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쇄 결정에도 우려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군산 지역으로서는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협력업체까지 이어질 고용 감소는 군산시와 전북도 차원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함께 군산 경제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군산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산업 위기 대응 특별 지역 △고용 위기 지역 지정 등 제도로 가능한 대책 검토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직자 대책을 위한 응급 대책까지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8일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풀어 줄 것을 요청했다. 펜스 부통령은 “상당히 '쉬운(easy)' 문제를 던져 주셨다”고 답했지만 그 외 즉답을 내놓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접견한 한정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특별대표에게도 “롯데 등 우리 기업이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중국 성장의 온기가 우리 기업에게도 미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외에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11조20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