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메트릭(Biometric)카드, 애플·구글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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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카드에 생체 인증 지문을 결합시킨 신개념 카드가 상용화된다. 20일 서울 여의도 코나아이 연구원이 지문을 인식해서 녹색불이 켜져야 결제가 가능한 '지문카드'를 시연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플라스틱 카드에 생체 인증 지문을 결합시킨 신개념 카드가 상용화된다. 20일 서울 여의도 코나아이 연구원이 지문을 인식해서 녹색불이 켜져야 결제가 가능한 '지문카드'를 시연하고 있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마스터카드 바이오메틱 신용카드
마스터카드 바이오메틱 신용카드

비자 바이오메틱 카드
비자 바이오메틱 카드

서명이나 비밀번호 없이 생체 기술로 결제가 가능한 세계 첫 바이오메트릭 신용카드가 등장했다. 미국에서 지난달 시범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 국내 카드사의 연동 작업도 본격화됐다. 애플페이, 구글페이 등 스마트폰 기반의 간편 결제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결제 방식 대신 기존의 플라스틱 카드에 사용자 지문을 연동해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사용도 가능하다.

20일 정보기술(IT)과 금융권에 따르면 세계 3대 신용카드사인 비자, 마스터, 유로페이 등 EMV 진영이 지문 정보를 내장한 '지문인식카드' 시범 사업에 착수했다. EMV 표준 자체에 생체 인증 규격을 포함시켰다.

비자카드는 지난달 마운틴아메리카크레딧유니온(MACU), 뱅크오브키프로스 등 매입사와 함께 EMV 듀얼 인터페이스 결제 카드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신용카드에 소비자 신체 정보 인증을 더한 최초의 시범 사업이다.

바이오메트릭 카드는 카드 소지자가 센서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으면 카드에 내장된 지문 정보와 센서에서 읽히는 지문 정보를 비교, 정보가 동일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정보가 동일한지는 빨간 불과 녹색 불로 알려주며, 카드 위·변조 사용이 불가능하다. 전자서명이나 비밀번호(PIN) 입력 없이 플라스틱 카드에서 지문을 인증하면 완료된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 연동이나 스마트 기기가 필요 없어 결제 프로세스를 대폭 간소화했다. 보안성과 범용성도 시중의 모바일 페이먼트보다 앞선다.

바이오메틱 카드 사용 플로어(자료-젬알토)
바이오메틱 카드 사용 플로어(자료-젬알토)

바이오메트릭 카드는 생체 정보가 카드에 내장되고 토큰 기술 등을 활용해 생체 정보를 보호한다. 집적회로(IC) 결제, 근거리무선통신(NFC) 등 비접촉 결제까지 모두 지원한다. ATM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하드웨어(HW)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 않아 기존 단말기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생체 인증 카드 파일럿 테스트를 완료하고 국내 카드사와 연동하고 있다. 마스터카드는 구동 배터리 문제도 해결했다. 배터리를 카드에 내장하는 방식 외에 IC 결제 시 결제 단말기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 경우 생체 인증 카드의 단가를 대폭 낮추고, 충전할 필요 없이 일반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 마스터카드는 올해 비대면으로 카드 사용 고객의 지문을 등록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플라스틱+지문인증 카드'가 주목받는 것은 세계 결제 프로세스 표준을 쥐고 있는 EMV 진영이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범용성과 보안도 현존하는 각종 모바일 페이먼트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도 작용한다.

마그네틱 결제뿐만 아니라 비접촉식인 근거리무선통신(NFC), IC결제 모두 호환된다. 세계 결제 단말기 100%를 수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와 동일한 결제 방식이기 때문에 '익숙하다'는 것이 최고 경쟁력이다.

전자서명이나 비밀번호 설정이 필요 없다는 점도 매력이다. EMV 진영은 올 상반기의 시범 사업을 거쳐 세계로 생체 인증 카드 보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기반의 간편결제가 급성장하면서 현재 결제 시장을 두고 시장 참여자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 그동안 결제 시장 지배력을 누려 온 EMV 진영의 변신은 모바일로 옮겨 가던 결제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불러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결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애플과 구글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칩, 배터리, 플레이트 제조 등 관련 후방산업에도 큰 '마당'이 설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안에 임베디드되는 각종 부품과 소재, 금형 등 유관 기업에 대규모 생산 체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비자 시범 사업에 참여한 뱅크오브키프러스와 MACU는 각각 젬알토, 핑거프린터카드, 한국 코나아이를 주요 공급사로 선정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