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표단, 평창올림픽 폐막식 동시 참석…文, 대화 중재 나서나

25일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북한과 미국 대표단 참석이 확정되면서 북·미 대표단 접촉과 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북·미 대화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전후해 한차례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폐막식에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신저'로 불리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이 동시에 찾으면서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된다. 북·미 양측 인사들이 갖는 무게감과 함의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신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신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

청와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해 방남하는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 대표단은 오는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방남한다. 대표단은 김 통전부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수행원 6명으로 구성된다. 항공편을 이용한 개막식 대표단과 달리 이번 대표단은 육로로 올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자연스러운 기회에 (북한) 대표단을 만날 것으로 본다”며 “이왕 내려온 만큼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 화해 등을 위한 여러 논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고문도 폐막식 참석차 23일 오후 4시30분께 민간항공기 편으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입국한다. 26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문다. 23일 도착하자마자 이방카 고문은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청와대 사랑채인 상춘재에서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북·미 대표단이 국내에 동시에 머무르는 기간은 25일과 26일 이틀이다. 북미대화 '판'이 다시 만들어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중재 역할을 자진한 우리 정부 고심도 깊어졌다. 북·미간 기싸움 속에 한차례 불발됐기 때문에 신중한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미 접촉 가능성에 대해 “폐막식에 참석하니 일정이 겹치게 되지만 그 외에 공식적으로 만날 기회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 차원에서 북미 접촉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은 물론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 김 통일전선부장은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다. 때문에 북·미간 만남이 이뤄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이방카 고문 만찬에서 북미대화 불씨를 살리는 데 적극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방카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누구보다 크다는 점을 감안해 지렛대 역할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방카 고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에 대한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통화 시점을 이방카 고문 방한 이후로 잡고 있는 것도 동일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방카 고문 방한과 북한 문제와의 연계성을 부인했다. 이방카 고문은 방한에 앞서 성명을 통해 “올림픽 폐막식에 미국 대표단을 이끌게 돼 영광”이라며 “우리는 미국 선수단과 선수들의 성취를 축하하길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