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등 北 고위급대표단 방남…文 대통령과 회담 주목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고위급대표단이 25일 2박 3일 일정으로 방남했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정부 대표단도 방한 중이다. 우리 정부 중재로 북미 사이에 물밑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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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지원인원 6명 등 8명으로 구성된 고위급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 49분께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뒤 9시53분께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CIQ에서 '천안함에 대해 어떤 생각이냐', '방남 소감 한마디 말씀해 달라'는 취재진의 잇단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지나갔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간단한 입경 절차를 마친 뒤 10시 15분 차량편으로 이동했다.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 숙소를 마련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이날 저녁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했다.

방남 기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 방남 인원 중에는 핵문제와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북한 외무성 관료도 포함됐다.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핵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 대표단에 포함된 최강일 부국장은 대미 관계를 담당하는 북아메리카국 소속이다. 과거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나 국제회의 등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알렸다.

평창 올림픽 계기 방한한 미국 대표단에도 백악관에서 남북한 문제를 실무적으로 담당하는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비공식 수행원으로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보좌관이 이끄는 미국 정부 대표단과 북한 대표단의 접촉 여부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은 몇 차례 만남이 이뤄질지는 알 수 없지만 우선 폐회식이 열리기 전 평창에서 비공개리에 상견례 자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폐회식장에서 접촉하는 데 이어 26∼27일 중 또 다시 회동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는 김 부위원장을 포함한 북측 대표단을 청와대에서 만나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이 국내에서 '천안함 사건 주범'으로 인식돼는 데 따른 고민이다. 자유한국당은 24~25일 이틀에 걸쳐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 남단에서 김 부위원장 방남을 막기 위한 농성을 벌였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 접촉의 중재 역할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미 23일 이방카 보좌관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북미 접촉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북미 접촉 가능성이 낮지만, 실무진 차원에서 비공식적 접촉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림픽 계기 북미 접촉과 관련해 “가능성은 작지만, 완전히 닫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