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병원 CIO '삼중고'

정용철 SW융합산업부 기자
정용철 SW융합산업부 기자

'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병원 의료정보실의 위상이 높아졌다. 의료정보실장은 의료 정보기술(IT) 인프라 도입·관리를 넘어 의료 정보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가 됐다. 조직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의료정보실장은 '삼중고'에 시달린다.

첫째 과중한 업무다. 병원 의료정보실장은 통상 환자 진료·수술 등에서 역량이 입증된 의사다. CIO 역할을 수행하면서 진료 업무도 함께 본다. 그를 원하는 환자도 많은 편이다. 반면에 병원 입장에서는 한쪽 업무만 전담시키기에 부족한 느낌이다. 한 대학병원 의료정보실장은 병원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 수립, 정밀의료 생태계 구축 등 굵직한 현안으로 최근 몇 년 동안 4시간 이상 잠을 자 본 적이 별로 없다고 한다.

둘째 설득 부담이다. 의료정보실장은 현재는 물론 미래 발전 전략을 수립한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고 환자 진료·치료·연구 프로세스를 바꾸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변화의 이유와 목적을 병원 최고경영자(CEO)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전체 매출에 1%가 채 안 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투자 비용을 놓고 신규 재원을 마련한다는 건 큰 어려움이다. 프로세스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의료진도 설득 대상이다.

셋째 연속성·전문성이 떨어진다. 병원 실장급 보직은 대부분 병원장 임기에 맞춰 2~4년 수행한다. 의료정보실장은 다른 보직과 달리 최상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산업과 의료 현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병원에서 진행되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을 비롯해 4차 산업혁명 신규 사업도 3~5년이 소요되는 중장기 과제다. 2~4년 주기로 보직이 바뀌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전문성을 축적할 수 없다.

병원 의료정보실은 미래 자산과 같은 '데이터'를 총괄한다. 환자 수 경쟁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대응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병원 CIO의 책임과 권한 강화가 시급하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