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축제가 끝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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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 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1980년 MBC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곡인 그룹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다.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후배 가수가 찾아 부를 정도로 잘 알려진 노래다.

작사·작곡을 맡은 최명섭씨는 '세월이 가면'을 부른 최호섭씨의 형이자 이 노래 작사자이기도 하다. 도입부의 중독성 때문인지 노래 제목도 '연극이 끝나고 난 뒤'로 잘못 알려져 있다.

17일 동안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큰 무대가 25일 폐막식과 함께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우려와 달리 많은 성과가 있었다.

먼저 북한의 참가와 남북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결성 등은 전 세계에 간절한 평화 메시지를 알린 '평화올림픽'으로 자리매김했다. 남북 간 대화의 물꼬도 마련했다.

경제 성과도 기대 이상이다.

정부는 1조4000억원의 소비 지출 증가를 통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포인트(P) 증가시킨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 고용, 투자 등 직접 효과는 물론 국가 이미지 제고를 통한 관광 산업 활성화 등 간접 효과도 적지 않았다.

세계에 뽐낸 한국의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은 백미였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은 물론 증강현실(AR) 등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가 선보인 세계 최초 기술은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계 최초로 5G 시범망을 이용한 '평화의 비둘기' 공연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천상열차분야지도' 별자리 시연 △'미래의 문'으로 표현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등 첨단 기술과 디지털 미디어의 화려한 볼거리는 도저히 비교 불가다.

여기에 전통 문화와 K팝이 함께 어우러진 개·폐회식은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선수단 선전과 지능형 폐쇄회로(CC)TV, 얼굴 인식 장치, 전술비행선·드론 투입 등을 통한 완벽한 보안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연극(올림픽)이 끝난 뒤 객석의 정적을 느낄 여유가 없다. 축제를 계기로 만들어졌거나 잠시 관심 밖으로 밀어 둔 현안이 산더미다.

우선 올림픽을 계기로 만들어진 한반도 내 평화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갈 지가 관건이다. 당장 북측의 정상회담 제안을 어떻게 풀어갈 지가 문제다. 물밑 협상 여부를 떠나 열쇠를 쥔 미국의 태도 변화도 크게 감지되지 않는다.

경제 효과는 어떻게 이어갈지, 남겨진 올림픽 시설 처리도 고민해야 한다. 올림픽 기간에 급박하게 진행된 철강 등 무역 규제나 한국지엠 사태, 최저 임금 문제도 풀어야 한다. '미투'로 촉발된 고질화된 문화계(또는 사회 전반) 성폭력 문제 등 사회 문제도 있다.

안방에서 열린 올림픽을 정쟁의 도구로 삼은 야당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정부와 여당도 그 성과와 지지도 상승에 취해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무대 뒤에 남은 정적의 여운을 느끼는 것은 축제를 위해 헌신한 자원봉사자와 선수, 그리고 열심히 응원한 국민이면 족하다.

잊을 뻔 했다. 축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12회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3월 9~18일 열린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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