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기적도 사람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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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빌딩. 인류 역사에서 최악의 테러가 발생했다. 공중 납치된 항공기는 쌍둥이 빌딩인 WTC의 남쪽 타워를 향해 돌진했다. 20여분이 지난 뒤에는 북쪽 건물. 사망자만 2996명이 집계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충돌 사이의 20여분.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북쪽 타워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여객기가 건물과 충돌하다니. 패닉에 빠졌고, 몸과 마음은 얼어붙었다.

투자금융 회사 모건스탠리는 달랐다. 20여분 동안 2700여명의 직원들은 신속히 대피했다. 사상자는 10여명에 불과했다. 건물이 붕괴됐지만 시스템도 문제가 없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이튿날 모든 서비스를 정상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는 1993년에 폭탄 테러가 있었다. 이후 백업 설비를 갖추고 대피 훈련을 주기로 시행했다. 인명 피해와 시스템 폐쇄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반복된 훈련에 직원들은 긴밀하게 움직였다. 기적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예방은 쓸모없는 일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비춰지곤 한다. 불확실한 미래 예측이라는 점에서 명확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예방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종종 후순위로 밀리곤 한다.

적절한 예방을 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후 수습을 아무리 잘해도 사고 발생 이전과 같은 상태로 복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직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인은 위기 후 대처가 아니라 위기를 사전 차단하는 예방 능력이다.

예방의 중요성은 잠재된 위험 발생 확률과 예상되는 피해 규모가 클수록 증대한다. 특히 그것이 일상생활과 밀접하고 생명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떤 제도나 정책보다 우선돼야 한다. 교통안전 예방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경제, 정보기술(IT),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교통안전 수준은 여전히 최하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가 1.1명이지만 우리는 2.0명이다. 2배 가까이 높다. 순위는 34개 회원국 가운데 32위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올해를 선진국 수준의 교통 환경 확보 원년으로 선포했다. 4차 산업혁명 분야 연구개발(R&D)을 강화, 교통사고 예방 과학 시스템을 만들 방침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사고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사람에 의한 사고의 예방 노력에 집중할 방침이다. 디지털운행기록계로 운전자의 위험 운전 상황을 기록해 교육하고, 몸에 밴 위험 습관은 체험 교육으로 교정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실험 도시 케이시티(K-City)는 올해 완공하고, 2020년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차질 없이 준비한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운전자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버스 졸음운전 예방장치' 개발도 올해 마무리한다. 세계 최초로 운전자 생체 반응과 자동차 위험 주행을 함께 감지할 수 있는 장치다. 많은 인명 피해를 야기한 졸음운전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통안전 사각 지대는 구조 문제를 개선할 계획이다. 아파트 단지 내 도로 무상 점검 서비스를 확대하고 세부 도면을 함께 제공한다. 관련 법률도 바꿔서 근본 안전 대책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남았다. 철저한 예방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지원과 참여가 필요하다. 교통사고는 경제, 문화, 제도 등이 복합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 추진과 공동체 전체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

“재난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몰라서가 아니다.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위험을 만든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막연한 믿음이 아닌 철저한 예방만이 재난을 막는다. 사고가 인재인 것처럼 기적도 사람이 만든다.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kwonby@kot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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