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웃는 美 이통사 vs 우는 韓 이통사

[데스크라인]웃는 美 이통사 vs 우는 韓 이통사

아지트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 참석, 망 중립성 폐지 소신을 재차 피력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성공에도 망 중립성 폐지가 필수라고 역설했다. FCC의 망 중립성 폐지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의지도 FCC 못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통해 100일 이상 논의했지만 사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과기정통부는 이통사와 보편요금제 논의를 지속키로 했다.

FCC 망 중립성 폐지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내수 진작이라는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일환이다. 이에 앞서 FCC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경기 부양, 차세대 5G 네트워크 시장 선점 등을 위해 망 중립성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보편요금제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이 목적이다. 저가요금제 이용자 혜택을 늘려 통신비를 줄이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망 중립성 폐지는 성장, 보편요금제는 분배에 각각 초점을 맞춘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네트워크 사업자는 망을 많이 차지하는 콘텐츠와 서비스에 합리 비용을 차등 부과할 수 있게 된다. FCC 망 중립성 폐지에 화답이라도 하듯 버라이즌,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 미국 4대 이통사는 5G 계획을 확정하고 투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 이통사는 5G 투자 확정은커녕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1조~2조2000억원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기존 요금 체계가 흔들려서 사업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며 후폭풍을 두려워한다.

통신 산업은 요금을 수익으로 한다. 수익은 투자 재원이다. 망 중립성 폐지로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미국 이통사는 5G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보편요금제 도입 이후 매출 감소를 걱정하는 우리나라 이통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든 우리나라든 통신은 대표 장치 산업이자 내수 산업이다. 광 케이블 등 네트워크를 매설하고, 기지국을 설치한다. 노동집약형이다. 또 전·후방 산업이 복잡하게 얽힌 산업이다.

통신사는 내수 투자의 주요 기업이다. 이통사는 연 평균 6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올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의 특징은 2G·3G·4G 등 세대 변화에 따르는 초기 투자가 급증하고, 세대별 평균 투자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이통 3사의 3G 초기 설비투자는 5조9600억원으로 직전 연도보다 17.1% 늘었다. 2011년 4G 상용화 첫해 설비투자는 7조3100억원으로 2010년 대비 20% 늘었다. 2G 시대이던 2005년 이전의 연평균 설비투자는 5조2600억원, 3G 시대에는 6조1000억원, 4G 시대에는 6조820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5G 투자는 4G 투자보다 20~2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속 성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성장하지 못하면 분배할 게 적어질 수밖에 없다. 분배 구조를 개선, 내수를 살리려는 것도 결국은 지속 성장을 위한 것이다.

즉 어떤 경우에도 지속 성장을 방해해선 안 된다. 특히 내수 중심인 통신은 더더욱 그렇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가 투자해야 할 통신사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게 자칫 분배 가능성을 줄이는 역효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