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창고 IT전쟁...한국, 농업테크(Agri-Fintech) 6차산업 본격화

농협 스마트팜 관계자가 관리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농협 스마트팜 관계자가 관리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생명창고 IT전쟁...한국, 농업테크(Agri-Fintech) 6차산업 본격화
생명창고 IT전쟁...한국, 농업테크(Agri-Fintech) 6차산업 본격화

#농부 K씨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다. 500㎡(약 150평) 규모의 첨단 스마트팜과 ICT를 접목한 자동기계화 곡물 재배, 스마트 축사를 구현했다. 기존의 농지보다 10배 이상을 수확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 고품질 곡물 생산 효율을 2.5배 높였다. 첨단 방역 시스템과 환경 제어 장치를 갖춘 축사에서는 여러 전염병과 기타 질병 피해 없이 양질의 가축을 기르고 있다.

농업 선진국이 ICT·바이오기술(BT) 등 첨단 기술과 융·복합을 시도하며 '인류 생명창고'를 고도화하는 '애그리테크(Agri-Fintech)' 6차 산업 경쟁에 들어갔다.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래 식량창고 선점을 위해 퀄컴, 시스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도 농업테크에 천문학 규모의 투자에 나섰다.

한국도 ICT를 농업에 융합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국 농업 관련 정부기관과 농협, IT스타트업이 뭉쳤다. 재래식 농업 방식을 버리기보다 기존 농업 자원에 맞게 IT 리소스를 융합하는 농업테크 작업이 본격화됐다.

농업테크는 농업과 핀테크의 융·복합, 핀테크 또는 ICT를 농업 전 분야에 접목해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는 IT를 활용한 작물 재배가 한창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 식사를 하면서, 여행을 하면서' 농장을 관리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농협과 정부 유관기관, 농업인이 딸기를 토경재배가 아닌 이동식 고설재배시스템을 도입해 발육 전 과정을 빅데이터화하고 있다.

땅에서 자라는 딸기를 하우스 안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인공 흙 기반의 고설재배 시스템에 심고 최대 8줄까지 확장, 면적 기반 최대 증수할 수 있는 작물 재배 인프라다.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온도 자동제어시스템'과 양액(일종의 거름) 재배 시스템으로 고정투자비와 관리비를 기존 농법 대비 4배 이하로 낮추는 실험을 하고 있다. 양액은 작물에 공급하면 약 60%밖에 흡수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버렸다. 그러나 이 양액 재배 시스템은 환수 작업을 통해 쓰다 남은 양액을 거둬들이고, 이를 자외선(UV) 시스템으로 살균해 재공급한다. 기존의 외산 장비가 대당 6000만원인데 비해 이 장비는 440만원 정도다. 이 모든 장비 개발 특허는 실제 농민 아이디어로 상용화됐다.

농협은행은 미래농업지원센터를 통해 실질보급형 스마트팜 확대와 IoT를 활용한 농작물 재배 실습 환경을 구축하고 작물 생애 전 주기 빅데이터 수집에 들어갔다. 엄청난 투자비가 들어가는 유리온실 등이 아니라 실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이 IT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는 '보급형'이다. 막대한 땅을 보유한 미국, 중국 대비 한국 농업이 채산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다.

하반기에는 스마트팜 등 4차 산업혁명 정규 과정을 대학교에 편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작물 재배뿐만이 아니다. 생산되는 작물 유통, 스마트파머를 발굴하는 인재 양성, 농촌이 보유한 인프라를 상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연계(O2O)에 이르기까지 농업 생산과 유통·판매 전 과정에 IT 리소스를 투입한다.

사업화를 위한 스타트업 기업과 사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유캔스타트, 농촌 공유경제 플랫폼 닉컴퍼니, O2O 플랫폼 팜토리, 농산물 유통 지원 플랫폼 케이파머스, 환자 식단관리 플랫폼 유티인프라 등 협력 기업을 확정하고 사업화에 착수했다.

농촌 마을회관을 공유 숙박 시설로 활용하거나 국내 최초 농식품 크라우드펀딩 도입 등 사업화 모델도 이색이다. 농식품 펀드와 스마트업 펀딩, 농협이 보유한 유통, 보험, 생산 등을 연계한 기업 후속 성장 지원 프로그램도 올해 대폭 확대한다.

전문 컨설팅을 위해 올해 약 400건의 종합 컨설팅을 신규로 진행한다. 행정자치부 '마을기업',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가 있는 마을', 농협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상호 연결해 지원한다. 농업테크를 통해 생산된 제품 판로 지원도 대폭 확충한다. 농협a마켓 및 공영홈쇼핑 등 온라인, 하나로마트 및 로컬푸드 매장 등 오프라인을 통해 올해 판로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농협은 온·오프라인으로 총 200개 농업경영체에 500개 제품, 68억원의 판로를 지원했다.

미래농업지원센터,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올해 스마트팜 등을 통해 구축한 농업 빅데이터를 공유하고 사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농식품 ICT 융·복합 전략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금융·유통 인프라를 활용해 농업인이 판로, 자금, 기술문제를 쉽고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IT+농업 융합 플랫폼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면서 “농산업 경쟁력 강화는 전·후방산업 가치 창출로 이어지고, 농업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고도화할 수 있도록 농업테크 인프라를 갖추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용어설명

6차 산업(1x2x3)=6차 산업이란 농민이 중심이 돼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 자원을 바탕으로 식품, 특산품 제조, 가공(2차 산업), 유통·판매, 문화·체험·관광 서비스(3차 산업)을 복합 연계·제공하는 새로운 부가 가치 활동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