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게임은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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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우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이득우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국내 게임 산업을 이끄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게임즈 세 회사 모두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총합이 6조원을 넘어섰고, 2016년에 비해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본다면 국내 게임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업계 안에서는 눈부신 성장세에도 우려의 소리가 나온다. 특히 게임 장르 편중화는 지속해서 지적되고 있는 국내 게임 산업의 단점 가운데 하나다.

지난 몇 년 동안 게임 산업 매출을 견인한 게임은 흔히 '모바일 RPG'다. 특정 장르에 편중됐다. 확률형 아이템에 현금을 투자해서 얻은 장비를 자신의 캐릭터에 장착, 자동 사냥을 통해 성장시킨 후 타인과 경쟁하는 형태가 흐름의 전형이다. 개발사가 기획한 게임 내 경쟁 요소는 유저 간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고, 확률형 아이템에 현금을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과도한 경쟁에 지친 유저와 특정 장르의 편중을 걱정하는 업계 목소리는 게임 콘텐츠의 다양성을 위해 인디 게임이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

인디 게임은 원래 소규모 인원이 모여서 개발한 비상업 게임을 일컫는 단어다. 게임 콘텐츠보다 게임 개발 방식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2010년을 전후로 한 게임 개발 기술 발달로 소규모 팀도 완성도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인디 게임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2012년에 저니(Journey)라는 짧은 게임이 거대한 제작비를 투여한 메이저 회사 게임을 제치고 올해의 게임상(GOTY)을 거머쥐는 이변도 생겼다.

인디 게임은 플랫폼 마켓에서 주류 흥행 공식에 반하는 문화 게임 콘텐츠라는 참신한 단일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인디 게임 매력 가운데 하나는 게임과 이용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3년 동안 운영해 온 세계 인디 게임 축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에 전시된 게임 가운데 '레플리카(Replica)'는 타인의 스마트폰에 담긴 사생활을 파헤치는 추리 게임이다. 국가안보부라는 가상의 정부 기관이 테러 방지 명분으로 납치한 주인공에게 임무를 강요한다는 설정은 단순한 퍼즐 게임을 벗어나 사회 의미가 있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했다.

시리아 분쟁을 소재로 한 게임 '21 Days'도 행사에서 호평을 받았다. 시리아에 남겨진 아내와 아들이 무사히 유럽으로 올 수 있도록 낯선 나라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모하메드의 답답한 삶을 체험하는 게임이다.

최근 대만의 소규모 회사가 개발한 '반교'(학교로 돌아오다)라는 게임이 있다. 계엄령 아래에 놓인 1950~1960년대 대만 시대 상황이 배경이다. 정부의 눈을 피해 금지 서적을 몰래 돌려 읽는 모임인 지하 비밀 독서부에서 벌어진 참극이라는 설정은 이 게임의 문화 가치를 빛나게 해 준다. 결말은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인디 게임을 개발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모두 하나 같다. 게임은 문화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는 것이다. 그릇에 담기는 것은 사회 메시지일 수도 있고 공익에 기반을 둔 계몽일 수도 있고 순수한 심상 미학 추구일 수도 있다.

게임에는 최첨단 정보기술(IT)이 깔려 있다. 32비트 부동소수점수로 만들어 내는 디지털 공간과 수의 체계 안에다 인간이 만든 아트워크를 붓고 인간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게 만든 문화 콘텐츠가 게임의 본질이다.

이윤 추구 논리가 지배하는 상업 시장에서 문화 의미가 있는 게임 프로젝트가 자생하기에는 아직 국내 게임에 대한 인식이나 지원이 열악한 현실이다.

문화 콘텐츠로 게임을 발전시키고 육성할 때다. 창작자들이 의미 있는 문화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좋은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유저들과 만나는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제작자 사기를 지속해서 북돋아 주자.

가치 있는 문화 프로젝트를 체계화해서 육성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수립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콘텐츠 완성도를 높여 한국에서 제작된 콘텐츠가 세계 시장으로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정부, 학계, 언론, 업계가 모두 힘을 보태 줬으면 한다.

이득우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dustin@bicfes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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