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규의 스마트시티 비전] 도시의 똑똑한 물관리, 스마트워터그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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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규 수원 제1부시장
<이한규 수원 제1부시장>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도시 상수도시설 형태는 약 2000년 전 베수비오 화산폭발(서기 79년)로 한 순간에 화산재에 파묻힌 이태리 휴양도시 폼페이에서도 거의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고대도시의 잘 갖춰진 상수도망은 거대한 저수탱크에서 시작돼 마을목욕탕, 대저택, 공중수도를 관통했다. 도시관리자는 가뭄이 들었을 때 공급우선순위를 정해 물을 공급했다.로마가 패망한 후 도시 상수도시설은 방치됐다. 소규모였던 중세 마을에서 수도시설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근대에 급격하게 커진 도시는 생활에 필수적인 물, 특히 전염병에 대비하기 위한 위생적인 수돗물을 시민에게 공급하는 상수도 정책을 펼쳤다.

약 2000년전 폼페이의 상수도시설(목욕탕과 공중수도)
<약 2000년전 폼페이의 상수도시설(목욕탕과 공중수도)>

16세기 들어 인구가 급증한 런던과 파리에서는 양질의 샘물이 크게 부족해졌다. 부득이하게 템스강(런던)과 센강(파리)의 물을 수차(水車)로 대량 양수해야 했다. 퍼 올린 강물을 시민에게 공급하기 위해 런던은 1581년, 파리는 1608년 수도시설을 설치했다.

당시 영국은 도시정부나 공적 영역에서 수돗물을 공급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일반 기업이 사적 이윤을 위해 자체 공급 망을 갖추고 수돗물을 공급했다. 수도시설이 만들어진 후 런던에는 멀리 떨어진 샘에서 물을 끌어와 비싸지만 양질의 물을 공급하는 회사와 저렴하지만 질이 낮은 템스강의 물을 공급하는 여러 회사가 병존했다. 19세기부터 오늘날처럼 도시가 법과 조례 등을 정하고, 공공기관이 직접 수돗물을 공급했다.

기후변화로 물 부족을 겪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한 인구증가로 물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강우가 시기적•지역적으로 편중돼 물 공급이 불안정한 편이다. 물 공급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는 의견도 있다.

남부지방 겨울가뭄으로 인한 급수제한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수자원 확보를 위해 지정된 ‘상수원보호구역’을 둘러싼 국가와 지방정부, 지역주민, 시민단체 사이 갈등은 이미 수자원관리가 사회적 문제가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물 공급과 수요의 비대칭이 발생하는 이유는 단순한 공급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기존 수돗물 관리시스템의 비효율성에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와 같은 대단위 수도 사업자를 제외하고,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대부분 지방 상수도 시설은 용수 공급망과 관망(管網) 관리 데이터기반구축이 취약한 편이다. 일례로 현재 수요자의 물소비량에 대한 검침은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그 결과는 전월, 전전월의 검침정보를 기준으로 통보된다.

물 사용량의 실시간 검침이 이뤄지지 않아, 수요와 공급의 실시간 데이터의 확보•활용이 어렵다. 노후상수도관, 높은 수돗물 누수율(전국평균 10.6%, 2016년 상수도통계)은 수돗물의 원활한 공급을 어렵게 하고, 수돗물 음용률(49.4%, 2017년 한국상수도협회조사)도 떨어뜨리고 있다.

수돗물직접음용률(OECD비교)
<수돗물직접음용률(OECD비교)>
수돗물 누수율
<수돗물 누수율>

‘스마트 워터 그리드’(Smart Water Grid) 사업은 부족한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물의 생산 •소비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수자원과 상하수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ICT(정보통신기술) 기반의 물 관리시스템이다. 물 낭비를 줄이고 수자원의 생물학 •화학적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수질관리에도 이바지한다.

‘스마트시티’와 관련 권위 있는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에 따르면 스마트 워터 그리드사업은 ‘에너지’, ‘워터’, ‘모빌리티’(Mobility), ‘빌딩관리’, 세계 스마트도시프로젝트 5대 영역 중 하나다. (IBM은 이미 센서를 활용하여 폭풍, 가뭄 등 상황에 미국동부 허드슨강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해 수자원 공급의 효율성은 물론 생물학적 화학적 정보를 수집하여 수질관리를 돕고 있다.)

스마트워터그리드(SWG)설명도, 국토교통부 스마트 그리드연구단
<스마트워터그리드(SWG)설명도, 국토교통부 스마트 그리드연구단>

첨단 ICT기술을 활용하는 도시정부 스마트워터그리드사업은 ‘다양한 종류의 수자원을 이용한 지역의 수자원 자립율 향상’, ‘수요기반(On Demand) 물 공급을 통한 에너지 절약’, ‘스마트 검침으로 주기적으로 정확한 데이터수집’, ‘누수감시 시스템 작동’, ‘수질관리를 통한 수돗물 음용률 향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랜 상수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선진국은 다국적기업을 중심으로 관망(pipeline network, 상수관이나 하수관 등을 그 모양으로 배치시키는 배관 상태로 분기나 합류에 의해 전체가 그물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는 관로) 분야 기술, 용수공급네트워킹, 통합 물 운영시스템 구축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스마트 수도계량기, 물 정보 서비스앱, 지능형 통합관리 소프트웨어 등 첨단ICT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물 수요를 분석•예측하고, 물 공급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파주시는 2009년부터 수돗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음용률을 높이기 위해 수자원공사와 함께 SWC(스마트워터 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망을 관리하고 관망 내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방문 수질검사, 옥내 급수관 내시경진단, 관세척 등)을 전개한다. 또 아파트단지와 초등학교 식수대에 수질 측정기,전광판을 설치하고, 시민에게 스마트폰 앱을 별도 제공해 수질을 실시간으로 확인•음용 할 수 있도록 했다.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1%에서 36.3%까지 높아졌다. SWC사업은 물의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에너지 절약에도 효과가 있어 탄소배출량감소에도 이바지한다

한편 최근의 4차산업 관련 기술은 이에 더해 IoT(사물인터넷)를 활용한 스마트원격검침시스템으로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자 소비패턴을 분석•예측한다. 관망 IoT센서를 이용한 누수탐지, 다양한 수원을 활용한 용수공급네트워킹과 이를 통합한 물 운영시스템 구축기술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대구, 파주, 부천 등 많은 도시정부에서 지역실정에 맞는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과 협력해 부분적으로 스마트워터그리드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며 발전하고 있다. (2017,10,25일자 전자신문 참고)
수원시도 지난해 12월 한국스마트워터그리드학회와 ‘수원시 스마트워터그리드 분야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스마트워터그리드 기술을 적용한 수원시 상수도 시스템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수원시는 정수장에서 수도꼭지에 이르는 수돗물 공급 전 과정을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리하는 ‘수원 스마트워터 시티 상수도고도화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3월까지 구축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과 에너지는 깊은 연관이 있다. 미국 내에서 발전을 위해 사용되는 물은 1년에 약 4000억 평방미터이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방식으로의 전환하려면 더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확보라는 두 핵심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물 에너지 결합(Water-Energy Nexus) 통합기술 개발 계획을 수집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전력 생산량을 2030년 까지 20%까지 늘리려 하고 있다. 국가와 도시정부는 지금부터 에너지와 물의 통합관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한규 수원 제1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