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전자문서 유통 시장 뒤흔든다

블록체인, 전자문서 유통 시장 뒤흔든다

블록체인으로 인해 전자문서 유통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서 쓰는 전자문서 유통 시스템을 블록체인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민간이나 공공을 가리지 않는다.

블록체인 도입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삼성SDS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넥스레저'로 전자문서 시장에 진입했다. 넥스레저는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프라이빗 방식이다. 허가된 참여자 데이터만 검증하면 돼 상대적으로 처리 속도가 빠르다.

삼성SDS는 지난해 삼성SDI 전자계약시스템에 넥스레저를 적용했다. 블록체인 기반 전자계약시스템도 이미 도입, 해외 계약에 활용하고 있다. 인증 수단이 다른 해외 기업 간 계약에 이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에서는 전자문서 원본 확인, 생체 인증, 제휴사 자동 로그인 등에 쓰인다. 관세청·해양수산부·한국해양수산개발원·부산항만공사·현대상선 등이 참여하는 '민관 합동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적용되기도 했다.

KT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문서 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용량과 형식에 상관없이 어떤 데이터라도 저장이 가능하다. 가맹점 계약서와 증빙 자료 등 기업 주요 문서를 안전하게 보관해준다. 개별 데이터를 실시간 병렬 처리해 빠른 속도로 암호화하는 게 기술이다.

공공부문 전자문서 유통에도 블록체인이 도입된다.

행정안전부는 행정정보 공동이용체계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을 검토 중이다.

심보균 행정안전부 차관은 “블록체인 등 최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차세대 행정정보공동이용 시스템 구축 방안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행정정보공동이용센터를 통해 기관 간 유통되는 정보는 2700종이다. 지난해 정보이용 건수는 6억건을 넘었다. 올해 10억원을 들여 마련하는 전자문서 발급·유통 시스템 정보화전략계획(ISP)에도 블록체인 적용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모바일 기기로 증명서 등 민원서류를 발급 받아 기업이나 기관에 즉시 전송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교보생명과 블록체인 기반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지난해 선보였다. 대상은 실손 보험 가입자다. 서비스 이용자는 진료비를 내기 전 병원에 보험금 청구 의사를 밝히고, 스마트폰 앱으로 보험사에 보낼 진료기록을 선택하면 된다. 진료기록 사본은 병원에서 보험사로 전달되고 모든 절차는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으로 보다 간편하고 저렴한 비용에 전자문서 관리와 유통이 가능해진 반면, 유관 중소기업 피해도 우려된다. 최근 H대기업 전자문서 유통시스템 구축 사업에 블록체인이 적용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해당 시스템은 계약 서류 등을 협력업체와 공유하는 데 쓰인다. 서식에 관계없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안전하게 중요 서류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

전자문서 업계는 블록체인 도입에 따른 대책을 고심 중이다.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는 지난해 '전자문서산업 블록체인 적용 연구포럼'을 발족했다. 블록체인 도입에 따른 산업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한편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논의하고 있다. 포럼 결과물은 국제표준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전일 협회 실장은 “블록체인을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 보다는 전자문서와 융합한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전자문서 노하우를 가진 전문 업체 주도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