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소망 뱅크'가 주는 교훈

야망뱅크 CI
야망뱅크 CI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애스피레이션(Aspiration)'이라는 은행이 등장했다.

'강렬한 소망 또는 소원' 정도로 풀이되는 은행 사명에는 '양심 있는 금융회사를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양심을 지켜서 모든 고객과의 신뢰를 지킨다는 경영 철학이다.

이 은행에 글로벌 기업이 앞 다퉈 투자한다. 벌써 6750만달러를 조달했다. 예금, 투자, 퇴직 플랜 등을 종합 제공한다.

이 은행은 핵심 수익원인 금리와 수수료에 양심을 투영했다. 미국 대형 은행의 보통예금 금리는 0.05%지만 애스피레이션은행은 1.00%다. 20배 금리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인출 수수료는 미국은 물론 해외에서 모두 무료다. 계좌 유지 비용도 0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익 달러당 10센트는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더 나은 미국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애스피레이션은행의 따스한 금융 철학은 미국 소비자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매주 수천명의 고객이 옮겨 온다. 연간 20억달러 예금을 유치한다. 대형 은행 웰스파고의 고객 2만명도 애스피레이션은행으로 갈아탔다.

공익사업도 이채롭다. 시에라클럽과 제휴, 화석연료를 100% 사용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 상품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300만마일의 자동차 주행에 해당하는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였다.

애스피레이션은행의 성공 비결은 자신과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고객을 사로잡았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은 최고경영자(CEO)까지 연루된 대형 채용 비리 사고가 연일 터진다. 수익에만 초점을 맞춘 상품과 서비스도 여전하다.

일부 은행이 전·현직 임원 및 관계자 자녀의 서류전형 무사통과, 낙제 수준인 필기시험 점수 구제, 임원 면접 최고 등급 부여 등 특혜를 수년 동안 제공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잃었다.

논에 항상 물이 차 있으면 벼가 부실해져서 작은 태풍에도 잘 넘어진다. 가끔은 물을 빼고 논바닥을 말려야 벼가 튼튼해진다. 국내 은행은 물이 가득 차 있는 논에서 자라는 벼일 수 있다. 고인 물을 빼내고, 뿌리를 더 튼튼하게 키우지 않으면 작은 외풍에도 쓰러질 수 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