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구리 이온이 파킨슨병 발병에 미치는 영향과 과정을 규명했다.
김준곤 고려대 교수, 이민재 서울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구리 이온에 의한 신경 독성물질 형성 원리를 알아내고 파킨슨병 발병 과정을 제시했다고 11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면서 신체 운동 장애로 이어지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뇌에 풍부한 알파-시누클린 단백질이 응집된 뒤 신경세포에 유입, 독성을 일으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알파-시누클린 단백질 응집체를 연구했다. 다양한 응집체 중 구리 이온과 결합된 응집체가 강한 신경 독성을 일으키는 과정을 처음 알아냈다. 응집이 잘 발생하는 뇌의 흑질 부분에 구리 이온이 많다는 점에 주목, 응집체 연구에 주력했다.
연구팀은 분자 구조, 세포독성 등 다각도로 연구했다. 보통 알파-시누클린 응집체는 알파-시누클린 단량체가 서로 결합해 섬유핵을 이루고, 여기에 다른 단량체가 이어져 긴 섬유 형태가 된다.
반면에 구리 이온이 알파-시누클린 단량체와 결합하면 거대 고리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섬유핵이 형성된다. 구조적인 뒤틀림 때문에 길게 신장되지 못하고 짧은 섬유 형태가 된다. 이처럼 짧은 응집체는 신경세포 안으로 쉽게 유입되고, 정상 세포 기능을 방해한다. 신경 독성을 유발한다.
이민재·김준곤 교수는 “구리 이온이 파킨슨병 원인 물질을 발생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자와 세포 수준으로 밝혀냈다”면서 “세포의 금속이온 항상성을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실렸다.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