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청정기 특수, 산업 육성 기회로 살려야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교육 현장 공기청정기 보급 지원 사업 덕분이다.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장이 열리면서 업계는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 전국 자자체 수요가 적어도 10만대를 넘을 것으로 가전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전체 공기청정기 시장의 5% 이상 규모다.

지난해 정부의 공기청정기 보급 계획 발표 이후 관련업계는 '특수'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각 지자체가 보급 지원 세부 방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시범 사업에 이어 올해 수주전이 본격화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수를 계기로 공기청정기를 냉장고, 세탁기처럼 '필수가전'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중견업체와 렌털업계도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올해 국내 민간·공공을 합친 공기청정기 시장은 냉장고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다.

공기청정기 시장은 보급 초기 단계여서 잠재 수요 또한 막대하다. 도입 의무화 분위기인 유치원과 초·중·고교 공기청정기 및 공기정화시설 보급률도 아직 30% 수준이다. 정부발 공기청정기 특수는 산업계에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번엔 과거 음식물 처리기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10년 전의 음식물 처리기는 블루오션 대우를 받으며 특수를 기대했다가 무분별한 제품 난립과 성능 논란 등으로 단칼에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당장 눈앞의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출혈 경쟁이 이어졌고, 그 결과 상식 이하의 제품이 판을 쳤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의 공공 특수는 업계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모두가 주목하는 교육 시장이어서 더욱 조심스럽다. 수주 및 보급, 유지관리, 사후관리(AS) 과정에서 고객의 불만을 사면 브랜드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받게 된다. 공기청정기의 공공 보급 사업은 국민 삶의 질 향상이 목적이지만 산업계에도 천금의 기회다. 정부는 보급업계에 싸게 만들어서 납품하면 끝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관리는 물론 산업 측면에서의 철저한 계도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