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스마트홈,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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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교수>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엄청난 신기술이 곧 세상을 바꾼다며 떠들썩하다. 그런데 아직까지 AI 서비스로 일자리가 사라진 것도 아니고 로봇이 우리 주위에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다. IoT를 이용한 스마트홈도 여전히 시큰둥하고, VR며 3D프린터며 잘될 거라는 나발소리만 크게 울릴 뿐이다. 머리에다 반도체 칩을 꽂아 쓰는 시대가 곧 올 거라는 얘기는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정말 기술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테크노피아가 곧 현실이 될까?

글로벌 시장이 보여 주는 변화는 방향이 다르다. 세계 최고 기업 애플을 필두로 2위 알파벳(구글), 3위 아마존, 4위 마이크로소프트(MS), 5위 텐센트, 6위 페이스북, 8위 알리바바는 모두 스마트폰 기반의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며 급성장한 기업이다. 이들에 투자된 자본은 이미 5000조원을 넘었다. 이들이 어디에서 돈을 벌고 어느 영역으로 투자를 늘리는지 확인해 보자. 바둑 기사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은 매출의 90%가 광고 수익이고, 페이스북도 그렇다. 이들은 기존 방송 매체의 광고비 30%를 빼앗는 방법으로 돈을 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튜브(구글)나 인스타그램(페이스북)이 소비자의 시간을 먹어치우는 속도는 엄청나게 늘고 있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기존의 유통 체계를 파괴하고 있다. 복잡한 현대 유통 시스템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하며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자본은 이들 기업이 유통의 미래라며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아시아의 넘버원 기업 텐센트의 매출 50%는 소니와 닌텐도가 독점하던 제품 중심 게임 산업을 무너뜨리고 스마트폰 기반 게임 산업을 독점하며 올린 게임 매출이다. 세계 톱 기업 매출은 AI, 로봇, IoT가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파괴하며 빼앗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을 쥐고 진화한 신인류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가 있다. 신인류의 디지털 라이프가 기존 시장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기업군의 신기록 성장을 창조한 셈이다. 이들 기업의 신사업 투자가 빅데이터와 AI에 쏠려 있는 것은 소비자의 디지털 라이프 전환에 대한 당연한 대응 전략이다. 이들이 미래 산업으로 노리고 있는 분야도 대부분 기존 소비 패턴을 디지털 라이프에 맞춰 혁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신산업 중심은 여전히 사람이고, 변하지 않은 그들의 소비 욕구다. 포노사피엔스도 여전히 미디어를 즐기고, 쇼핑을 하고, 맛집을 찾고, 놀이를 찾고, 여행을 즐긴다. 다만 즐기는 방법이 바뀌었을 뿐이다. 세계 톱 기업은 그 '바뀜'에 주목, 기회를 만들었다.

신산업의 대표 주자 스마트홈 사업화도 여기에 답이 있다. 많은 기업이 스마트홈을 구축한다며 IoT에 AI까지 기술 더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여전히 집에서 원하는 것은 고도화된 기술이 아니라 '행복한 공간'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영위하는 신인류에게 '행복'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그것도 디지털 라이프에 맞춰 개별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행복을 만드는 '멋진 스토리'가 필요하다.

최근 통신사가 광고에서 보여 주는 스마트홈 스토리는 그런 면에서 신선하다. 아이를 기르는 시각장애인 엄마를 위해 음성 인식 AI 스피커가 시간도 알려주고 공기청정기도 돌리고 동화도 읽어 준다.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 스마트홈에 스토리로 녹아 든 셈이다.

개인의 삶에 맞춘 이런 스토리가 있다면 나도 스마트홈을 택하고 싶다. 소비자는 가정에서 '테크노피아'를 원하는 게 아니라 '행복한 삶'을 원한다. 사람을 배려하는 스토리의 힘은 미래 산업의 본질이다. 첨단 기술이 난무하는 포노사피엔스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이 답이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 boong33@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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