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코' 코딩 학원 열풍 불지만, 정부는 사교육 통계도 없어

소프트웨어(SW) 코딩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정부 통계는 아예 없다. SW 교육 정책이 '깜깜이'를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15일 2017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초·중·고 학부모 4만여명, 1484개교, 1491개 학급 담임과 방과후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했다.

교육부는 국·영·수 등 교과목과 예체능 항목에 각각 사교육비를 얼마 정도 지출했는지를 묻는다.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사교육비 지출 현황 설문조사를 하고, 이를 집계해서 이듬해 3월에 발표한다.

일반 교과 통계는 △국어·영어·수학 △사회·과학 △제2외국어 등 △논술 항목으로 나뉜다. 예체능 및 기타에는 음악·미술·체육과 기타(취미·교양)가 들어간다.

교육부 조사에서 SW 코딩은 별도 교과목으로 조사하지 않았다. 항목도 모호하다. 설문에서 '제2외국어 등'은 제2외국어와 한문, 컴퓨터 일반, 기술·가정을 포함했다. '취미 교양'은 설문에서 피아노, 성악, 서양화, 서예, 태권도, 무용, 바둑, 로봇교실, 유행(방송)댄스 등을 적시했다. 코딩은 응답자 입장에 따라 '제2외국어 등' 항목인 '컴퓨터일반'으로 볼 수도 취미교양 '로봇교실'으로 답할 수도 있다. '제2외국어 등'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7.6% 증가했다. '기타'는 전년에 비해 27.7% 늘어났다. 다른 교과목보다 확연하게 높은 성장세다.

학원가에는 SW 코딩 교육 필수화를 앞두고 지난해부터 코딩 열풍이 불었다. 코딩 열풍에 따른 코딩 사교육이 이 같은 증가세에 한몫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교육부 통계가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SW 정책을 내놓을 수 없는 실정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없는세상이 서울시교육청에 등록된 학원과 교습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서울에 코딩 과목을 개설한 학원과 교습소는 2015년 3곳에서 2017년 25곳으로 늘었다. SW나 코딩 교육을 병행하는 미등록 학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코딩 학원 개설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강남·서초 등 서울 학원 밀집 지역 중심이었지만 최근 서울 강북과 경기도 용인, 안양 등지로 급격히 확산됐다. 교육부도 지난해 SW 코딩 학원을 대상으로 허위광고를 하는지 여부를 별도 조사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국영수코(국어·영어·수학 다음으로 중요한 코딩)', 학생 사이에서는 '코포자'(코딩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 용어까지 나돌고 있다.

한 학부모는 “주변 학생이 코딩학원을 다니는 분위기여서 집 근처 학원에 등록했는데 학원비가 적정한지 알기 어렵다”면서 “학원비, 교육과정 등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판단 기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SW 코딩 사교육비 공식 통계 원칙을 세우지 않았다. 코딩 필수 교육이 시작된 2018년 사교육비 통계에도 코딩 항목이 별도로 집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2007년부터 같은 항목으로 조사했다”면서 “코딩 항목을 별도로 떼어낼 지는 통계청과 논의를 해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날 나온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고 금액인 약 1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18조1000억원에 비해 3.1% 늘었다. 교과 사교육비 총액은 1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00억원(0.6%) 증가했다. 예·체능 및 취미교양 등은 5조원으로 같은 기간 4400억원(9.9%)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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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별 과목별 사교육비 총액

(단위 : 억원, %)



* 제2외국어 등 : 제2외국어, 한문, 컴퓨터일반, 기술·가정

** 기타(취미·교양) : 로봇교실, 게임놀이, 유행(방송)댄스, 바둑, 장기, 체스, 레크리에이션, 교양교육 등
출처 : 교육부

'국영수코' 코딩 학원 열풍 불지만, 정부는 사교육 통계도 없어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