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이슈] 워너원 방송사고로 본 아이돌 시스템 문제점

[ET이슈] 워너원 방송사고로 본 아이돌 시스템 문제점

 
워너원이 치명적인 방송사고를 냈다. 지난해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국민프로듀서의 손으로 직접 뽑힌 11명의 멤버들은 타 신인 아이돌과 달리 데뷔 직후부터 승승장구 했다. 그야말로 국민프로듀서에 의해 정상급 그룹으로 거듭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뷔곡부터 이후 발매한 앨범까지 모두 1위를 찍고, 고척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신인 그룹으로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마음껏 누렸다.
 
특히 멤버 중 1위로 워너원에 합류한 강다니엘은 보이그룹 개인브랜드 1위에 등극하며, 탄탄대로 스타덤에 올랐음을 증명했다.
 
지난 19일은 워너원이 컴백하는 중요한 날이었다. 물론 새 앨범 준비와 뮤직비디오 촬영,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 컴백을 앞두고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터. 하지만 이는 아이돌 그룹이라면 누구나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이며, 워너원을 응원하고 기다려주는 팬들을 위한 예의이기도 하다.
 
팬들은 워너원의 새 앨범 발매에 앞서 스트리밍은 물론 앨범 예약 등 워너원을 또 다시 정상에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을 테니. 때문에 워너원이 지난 19일 보여준 태도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분명하게 밝혀진(들리는) 워너원의 발언만 보자면 ‘정산문제’, ‘수면부족’, ‘사생 팬으로 인한 스트레스’등으로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불만이다.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문제지만, 대중들은 워너원의 태도를 지적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먼저 이날은 어느 날보다 중요한 컴백 날이었다. 워너원은 이제 데뷔한지 1년이 채 안도니 신인그룹이다. 소속사 스태프뿐만 아니라 Mnet 스태프까지 함께 하고 있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개인적인 정산 문제를 언급한다는 것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왜 잠을 자지 못하나”는 발언 또한 함께 고생하는 멤버들끼리 충분히 나눌 수 있는 대화다. 하지만 가수라는 꿈을 이루고 싶다며 ‘꼭’ 뽑아달라고 호소하던 1년 전 이들의 모습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잠을 자지 않고 CF를 촬영하고, 잠을 자지 않고 음악방송에 출연하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사생팬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다수의 아이돌이 겪는 문제다. 특히 워너원의 경우 데뷔 초창기부터 사생팬으로 인해 여러 문제를 겪기도 했다. 사전에 소속사 측에서 사생과 관련해 확실한 대처를 했다면, 워너원 또한 사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을 터.
 
 활동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토록 꿈꿔왔던 가수 활동을 활발히 하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워너원이었기에 이런 발언은 상당수의 팬들을 놀라게 했다. 활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면, 소속사 차원에서도 멤버들의 정신건강을 점검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또한 정산과 관련해서도 소속사 측에서 멤버들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멤버 개인의 인성 문제일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이돌, 연예인에 대한 잣대가 엄격하다. 이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장, 데뷔 후에는 사소한 행동과 언어, 사생활까지 노출되며 억압된 일상을 보내기 마련이다.

스트레스를 표출하지 못한 상태가 이어지면, 추후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워너원의 경우는 갑작스레 스타덤에 오르며 주변 환경 또한 1년 사이 크게 변했기에, 심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공백기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다음 활동을 앞두고 에너지를 비축해야할 시기에 해외 공연, 광고 촬영 등 쉴 틈 없이 보냈을 터. 체력적인 피로가 쌓이게 될 경우 스스로를 케어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질 수 있다.

워너원의 태도는 그간의 모습과 정반대였고, 또한 이름이 알려진 유명인이기에 비난 받기 충분하지만,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야 할 때다.
 
워너원은 올해 12월, 혹은 내년 2월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이는 11명의 워너원이 함께 보내는 시간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은 1년 전 ‘프로듀스 101 시즌2’당시 국민프로듀서에게 어필하던 자신의 각오를 되짚어봐야 한다. 어제의 스타라이브 논란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에 대한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했다. 한 번에 정상까지 올라간 워너원은,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 사건을 통해 깨달았을 것이다. 11명의 꿈과 열정이 실망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게 하기 위해선 남은 시간동안만큼이라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이희진 기자 (lee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