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식구 챙기는' 연구계 PM 제도 손본다

정부가 '제 식구 챙기기' 논란을 부른 과학기술계의 전문가사업관리제도를 손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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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 제도는 분야별 전문가(PM)가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자금을 연구기관·연구자에게 배분하는 제도다.

PM이 원 소속 기관이나 가까운 학문 집단에 알게 모르게 과제를 몰아주는 등 부작용이 보고됐다. 정부는 PM 전문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면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1일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PM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 현행 PM 제도 개정을 전제로 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태스크포스(TF), 전문가 공청회 등에서 논의한다.

기존 PM 제도의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과기정통부가 한국연구재단을 상대로 벌인 감사에서 PM의 부적절한 권한 행사가 문제로 지적됐다. 감사는 PM이 과제 기획, 선정 평가에서 전방위로 권한을 행사하는 국책연구본부를 향했다.

국책연구본부에 감사가 집중된 것은 이 분야 PM의 독특한 지위와 역할 탓이다. 국책연구본부는 주로 신약, 에너지·환경, 우주기술 등 분야에서 하향식(톱다운) 과제를 기획, 선정, 평가하는 곳이다. 과제 발주처에 해당하는 정부·재단이 연구 주제를 미리 정한 뒤 연구 수행자를 공모하는 형태다.

연구자가 주제를 제안하는 상향식(보텀업) 비중이 높은 기초연구 분야와는 사업 추진 절차가 다르다. '단장'으로 불리는 PM이 과제 기획부터 영향력을 행사한다. 평가위원 선정에도 관여한다. 특정 집단에 유리하게 사업을 설계할 여지가 있다.

문제는 PM의 권한 행사가 정식 '결재' 라인에 포함되지 않은 것. 외부 전문가 출신인 PM은 표면상 재단 업무에 조언과 협조를 제공한다. 사업 공정성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다. 애초의 취지는 PM, 리뷰보드(RB), 재단 등으로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악용되면 책임 소재가 흐리게 된다.

정부 대책도 앞으로 이런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PM 권한을 강화(집중형)하든 약화(분산형)시키든 책임 소재는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PM 숫자를 늘리거나 기획·평가 책임을 분리하는 방안, PM의 원 소속 기관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PM 제도 개편이 연구재단 조직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PM이 연구재단 업무 중추기 때문이다. PM 운용 방식이나 권한, 위상이 바뀌면 재단 조직도가 바뀐다. PM 수를 늘린다면 재단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PM 제도 개선과 연구재단 예산·조직 개편이 맞물릴 수밖에 없다. 새 PM 제도는 해가 바뀌는 시점에 시행될 가능성이 짙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PM 제도 개선을 전제로 문제점과 대안을 파악하고 있다. 자율과 책임, 공정성과 전문성 사이의 균형을 찾고 불분명한 책임 소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 1월에 새 제도를 시행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안을 도출하고, 외부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